2014년 2월 3일 월요일

1. 광고인인 나는 왜 우울증에 걸렸는가?

Angry Ad Man Seoul 이라는 제목에서 알수 있다시피

광고는 나에게
여지껏 제일 열정을 바쳐서 한 일이었고,
여지껏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었고,
여지껏 유일하게 사회 나와서 한 일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나에게는 광고에 대한 열정 대신

“참나… 아 광고판 X같이 돌아가네…”
“이게 말이 되나… 어이가 없네…”
“아, 내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최근 2~3년 동안 이런 우울증이 점점더 내 감정을 갉아 먹기 시작했다.

왜 그렇게 좋아하던 일을 하다가 이런 우울증이 오게 되었을까?
내 자신을 들여다 보는 것도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나의 우울증의 원인은 오래하면 할수록 점점 더 보람과 비전이 없어지는 것 때문이었다.

사람이 보람을 못느끼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 노력 혹은 우리의 노력에 따라 결과가 나오는것이 아니더라는 "실패의 경험"이 쌓이면서...
내가 하는 일에 대한 Respect를 받지 못하는 점에 자존감이 상처받으면서...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해온 성과가 매년 초면 택시기사 미터키 꺾듯이 0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을 보면서...
(특히 이거 미치는 거다... 그동안 쌓아온 공덕대로 언젠가는 먹고 살아야 될텐데 그게 아니라 매년 새롭게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더 새로운 광고주 찾아서 영업해야 하니... 마치 끝없는 챗바퀴를 계속 돌리는 느낌인거지)

뭐 이정도면 누구라도 충분히 보람을 느끼지 못할 조건이 되지 않을까?

거기에,
보람이라도 없으면 비전이라도 있어야 할텐데
요즘은 다른 회사들도 다 그렇다고 하지만, 광고대행사 역시 정년이 매우 빠른 편이다.

내가 존경하던 번듯한 대학 나오고 메이저 광고대행사 다니던 선배들이 국장 달고 하나 둘씩 그만두고 보험이나 다른거 팔러다니다가 자리 못잡고 나중에 나한테 돈 꾸는 경우를 보면서 저런 일이 나한테 닥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점을 실감하게 되었다.
뭐 요즘 세상에 평생을 보장하는 직장은 없겠지만,
내 주변의 많은 광고인들은 그저 "폼나는 광고" 한다는 자신만의 만족감으로 야근에 주말근무에 재테크 같은 건 전혀 관심없이 좋은 옷 입고, 해외 여행 가고, 외제차 뽑고 결혼은 늦게 (그것도 자기들끼리) 하고, 정말 대책없이 사는 경우가 많다보니 그 타격이 좀더 크지 않을까 싶다.
 
결국 나는 점점 지쳐갔고 내가 하는 종합광고대행사에서의 광고일에 회의감은 나를 잡아 먹을 듯이 쌓여만 갔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모든게 내 잘못은 아니지 않을까? 정말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도 있쟎아?"
한 업계에만 쭉 있다보니 보고 들은건 좀 있어서 머리 속으로 이러한 문제의 원인이 무엇이라는 것이라는 것에 대한 논리가 계속 쌓이다 보니, 이렇게 한 번은 터뜨려야 내 우울증이 치료되겠다는 생각이 들던 차에 마침 책을 출판한 지인의 경우를 보고 용기를 내서 블로그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 블로그는,
누군가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힐링을 위한 것이다.
따라서 이 글에 대한 공감이나 추천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내 논리와 감성의 배설을 위한 것이며,
아직 현직에 있는 Inside Man이기 때문에 나 자신의 존재는 철저하게 익명으로 남기도록 할 것이다.

다음편에는 대한민국 광고대행사의 구조적인 문제점에 대해 하나씩 이야기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