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16일 화요일

19. 멀티플라이어를 읽고 (훌륭한 광고인과 훌륭한 조직원의 차이 Part 1)


광고대행사는 정량적인 Output이 아닌 정성적인 Output인 아이디어와 광고주 서비스를 다루는 산업이라는 특징 때문에 사수-부사수가 같이 일하고 배우는 도제식 시스템이 전세계적으로도 정립된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신문방송학과나 광고학과를 나와야 제대로 된 광고인이 될텐데, 실제로는 아트플래너를 제외하면 다양한 배경과 전공을 한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점을 봐도 알 수 있다.

뭐 그 유명하던 Account Planner인 John Steel은 돌고래 조련사도 뽑았다고 했고, 내가 아는 양반중에서 금속공학과 나와서 AE 하는 분도 봤으니...

문제는 사수-부사수라는 종속적인 관계에서 일을 배우고 Account Service / Planning - Creative - Media 가 각기 Function이 매우 다르다 보니 일을 하는 방법에 있어서 매우 편협한 경험과 사고에 갇힐 위험이 크다는 점이다.

아니라고?
혹시 이런 이야기 업계에서 일하면서 안들어봤냐? 

1. 난 기획팀 (혹은 제작팀) 내 사수로부터 이렇게 일을 배웠어...
2. 내가 지금부터 광고를 가르쳐 줄께... 광고는 말이야... 이런거야...
3. 너 때는 이런 일을 해야 되는 거야....


우리 나라 대기업 광고주의 경우는 순환보직을 시키는 경우가 많아서 그나마 다양한 직능의 사람들 및 상사와 일을 할 경험이 있지만 광고대행사의 경우 팀을 자주 바꾸는 경우도 흔치 않은 경우가 많다.

보통 팀 바꾼다고 하면 눈치보이고, 배신자 소리 듣고, 팀장으로부터 "내가 너한테 섭섭하게 한거 있냐?" 라는 소리도 듣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대로 다른 팀 가라고 하면 "제가 뭐 잘못한게 있나요?" "그래 니가 나를 버린다 이거지?" 라고 생각하게 마련이지.

사족으로 제일기획은 안그렇고 오히려 연말에 한 번씩 원하는 팀장들과 일할 수 있게 해준다고 하고 외국대행사는 원래 팀이라는 개념이 우리하고는 매우 달라서 "소속"이 아니라 같이 일하는 "구분" 정도인 경우가 많아서 (다 그런지는 또 모르지만) 내가 전에 일하던 뉴질랜드 베테랑 아저씨는 보통 2년에 한 번씩은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도록 광고주를 바꿔준다고 하더군.

이렇다보니, 회사를 운영하는 임원들 조차도 당연히 이런 식으로 훈련받은 Mind Set을 갖고 있지 않겠어? 그렇게만 제일 오랫동안 생각하던 사람들끼리 임원 해먹는 건데...

즉 "우리는 프로페셔널하니까!" 라고 자위하면서 회사 직원들을 AE나 제작, 매체를 하는 광고인으로 볼 뿐 조직의 일원이자 자신이 챙기고 고민해야하고 모셔야할 "조직원"으로 보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거지.
그래서 일반적인 우리 나라 광고대행사에서의 교육이라면 "어떻게 하면 훌륭한 광고인이 될 것인가?" "어떻게 하면 피치 승률을 높일 것인가?" "어떻게 하면 참신한 아이디어를 낼 것인가? (개그맨 데려다 특강하면서)"에 주로 촛점을 맞추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뭐 이게 잘못되었다는게 아니라,
문제는 이런 식으로 "각 개인이 훌륭한 광고인이 되면 그 회사가 훌륭한 광고대행사가 된다"는 식의 관점은 결국 전쟁에 나가서도 각 개 병사가 총만 잘 쏘고 각개전투만 잘 하면 이긴다로 자칫 귀결될 수 있는 바,

여기에 추가적으로 강조되어야 할 관점이자 교육은
각 개인이 모여서 하나의 분대 - 소대 - 중대 - 대대를 이루었을 때 어떻게 "조직으로서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인가? 에 대한 부분까지도 포함이 되어야 한다는 거지.

즉 훌륭한 광고인이 되는 교육도 중요하지만, 훌륭한 조직원이 되어 각기 다른 레벨에서 리더쉽을 어떻게 발위하면 동기부여와 원활한 소통을 통해 전체 조직의 생산성 및 애사심과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교육과 관점을 부여하는 것이 특히 팀장 및 임원 레벨에서는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는 거다.

내가 10년도 전에 본 외국계 대행사 네트워크의 경우 우리로 치면 국장 정도 되서 임원을 준비할 레벨이 되면 KPMG 같은 컨설팅 회사에 의뢰한 리더쉽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교육을 시키더라구.

여기선 어떻게 하면 브리프를 잘 쓰고 아이디어 잘 낼까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조직의 리더로서 너 혼자 잘나서 일을 다 하려고 하지 말고 구성원들에게 업무 위임 Delegation을 통해서 조직 전체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점을 재미있는 게임 같은 걸로 정말 느낄 수 있게 가르쳤었다.

근데 우리는 이런 교육 과정 없이 연차 차고 기획팀 국장으로서 일 잘했다고 어느날 제작팀까지 통솔해야 하는 임원을 맡기니, 보고 배운 가락이 기획팀 국장 역량 밖에 없어 종종 이사나 상무 타이틀 달고도 엄청 힘쎈 기획팀 국장처럼 행세하는 초보 임원들을 종종 보게 된다.

이 경우 흔하게 보는 광경은 
"기획 출신 주제에 제작 CD질을 하려고 드네?" 라고 하는 제작팀의 반발과
"같이 들어가봤자 지가 다시 기획팀 국장처럼 행세하는 바람에 줄줄이 하나씩 강등되네" 라고 하는 기획팀의 좌절 그리고 그 사이에서 자존심에 상처받고 분노하는 초보 임원의 모습이다.
내 이야기는 이런 부분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거다.

뭐 제일기획을 비롯한 대그룹 인하우스들의 경우에는 임원 달기 전에 그룹 교육 같은거 가니까 배우는 건 있을 텐데 과연 리더쉽과 조직에 대한 새로운 관점 같은 부분이 단 며칠 동안의 합숙 훈련으로 습득이 될까?

궁금하면 그런 큰 인하우스 대행사에 다니는 직원들이 자기 회사 임원들을 얼마나 존경하고 리더로서 배울만 하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어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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