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광고가 여러개 있었지만, 그 중 아마도 조준희 전 행장이 자랑하고 싶은 건 바로 송해를 활용한 아래 광고일 것이다.
[2011.12.28 국민 모두의 은행 편]
여기 유튜브 버전에는 몇 줄 더 있던데 TV에서 전국민이 외울때까지 지겹게 본 버전은 카피가 바로 -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거래할 수 있는 은행입니다 (1)
국민여러분
기업은행에 예금하면 기업을 살립니다
기업이 살아야 일자리가 늘어납니다 (2)
참 좋은 은행 IBK 기업은행 (3)
1. 논리도 없고 카피 같지도 않은 카피
우선 전체 문단 중에서 1번과 2번은 전혀 연결도 안되는 별개의 주장이다.
(다 이용할 수 있는 일반 은행이라는 것과 기업을 살리는 은행이라는 거... 다르지?)
(다 이용할 수 있는 일반 은행이라는 것과 기업을 살리는 은행이라는 거... 다르지?)
그래도 그냥 논리적인 연결이나 설명 없이 그래도 쭉 읽어 버린다!
어색하니까 "국민 여러분" 한 번 외쳐주고!
2번과 3번은 그래, 일자리가 늘어나니까 좋은 은행이다 라고 연결된다고 쳐도,
1번과 3번 역시 연결되지도 않는다.
(국민 모두가 거래할 수 있으니까 바로 좋은 은행인가? 그건 그냥 "일반" 은행이지)
두번째로 논리도 연결이 안되지만, 표현도 참으로 "웅변틱하다"
아마 광고 대행사에서 카피라이터가 이렇게 써오면 아마 진지하게 이렇게 이야기 했을 듯
"너 이 일이 그렇게 적성이 안 맞니? 이게 카피냐 원고냐? 아님 광고주 오리엔테이션 브리프냐?"
결국 이 카피는
브랜드의 철학 혹은 주장에 소비자 공감을 이끌어 내는 것도 아니고,
혹은 재미있는 표현을 통해 광고에 주목을 이끌어내거나 브랜드를 기억시키는 것도 아니고,
한마디로 카피가 아니라 그냥 말하고 싶은 주장을 쭉 적어 놓은 것에 불과하다.
그런데 그 이유가 다 따로 있다...
이 광고 만든 대홍기획 카피라이터가 바보가 아니라는 말이다.
이 카피는 소위 업계에서 이야기 하는 광고주가 하사하신 "하사 카피"다.
본인의 주장 및 그쪽에서 들은 바에 따르면
홍보실 출신으로 드물게 은행장까지 오른 조준희 은행장이 밤을 새면서 고민을 하다가 만든 카피시란다.
즉 홍보일을 하면서 "문장력"도 있는 조준희 행장이 기업은행을 다른 국민들은 자기만큼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비분강개하셔서 간만에 실력발휘 좀 하신 카피 되시겠다.
문제는 보통은 하사 카피가 한 줄 정도이고 이걸 카피라이터가 좀 광고에 맞게 표현을 고치든지, 아님 앞 뒤에 다른 카피를 넣어서 광고 답게 만드는게 일반적인데, 조준희 행장님은 위 전체 문장을 그대로 하사 하시고 단 한 글자도 수정을 "허락하지 않으셨다"
어느정도였냐면,
이게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에 "불법옥외광고"로 언론에 문제된 사진인데, 이 옥외 광고는 위 TVC가 온에어되기 전에 설치된 것이다. 차타고 다니는 사람은 다 읽지도 못할만큼, 아마 대한민국 옥외광고 역사상 가장 길 카피일 것이다.
결국 누구도 하사하신 카피에 불경하게 단 한 글자도 손댈 엄두를 못낸거지.
내가 듣기로는 대홍기획도 1년인가 2년인가 전부터 대행을 하고 있어서 이런 정서를 잘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피치에서는 "아무리 그래도 광고는 광곤데..." 하는 고민에 시안 2개 중 하나는 위 하사 카피를 좀 광고적으로 바꿔서 시안을 만들었다지?
2. 2개의 복수 소재 운영을 했어야 했다.
이렇게 서로 연결되지도 않는 카피를 쭉 다 읽으면 아무리 빨리 읽어도 20초는 된다.
보통 당시만 해도 15초 광고가 주류였는데 이렇게 별개의 2가지 주장을 해야 한다면,
1편은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은행"
2편은 "기업을 살리고 일자리를 만드는 은행"
이렇게 2편으로 나누고 각 주장에 대한 설명 혹은 공감을 유도하는 무언가가 있어야 광고다운 광고가 되는거다.
조준희 행장 입장에서는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데 모두가 이용을 안하니까" 답답하겠지,
왜냐면 "내 입장"에서는 "내 은행이 참 좋은 은행" 이니까
그러니까 이런 안타까운 마음에,
내 은행이 모두가 이용할 수 "있다고만" 이야기하면 정말 모두가 바로 이용하겠지 싶은거지.
뭐 이해는 한다.
내 새끼는 다 이뻐보이고 내 제품은 다 잘나 보이는게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세상일이 어디 다 "내 입장, 내 마음" 같던가?
정상적인 광고라면 1편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은행" 에서는
하다 못해 "더 친철하다" 정도라도 넣어서 "그러니까 모두가 이용할만한 좋은게 있다"는 것과 같이
주장만 하고 넘길게 아니라 설명을 하고 소비자 행동을 유도 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당연히 2편에서는 뭐 공돌이들나 배나온 중소기업 사장님 그림이라도 나오면서
"기업을 살리고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은행에 예금하면 우리가 싼 이자로 빌려서 공장을 돌립니다" 정도가 나오지 않겠어?
광고를 잘 몰라도 1편과 2편의 내용을 대충 상상만 해봐도 그림이 전혀 달라보일 것 같지 않냐 이거야!
어쩌면 위 문장을 모두 이어서 하나의 CM에 집어 넣은 (현재는 YTN 사장으로) 간 조행장 생각에는
"각하의 말씀대로" 기업보국의 정신만 이야기 해도 충분히 온 국민이 감읍하여 기업은행으로 쏟아져 올 것으로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내 생각에는 국민 대부분은
'아 나는 늘 기업을 살리고 일자리를 늘리는 훌륭한 기업은행과 거래하고 싶었는데 일반인은 못하는 줄알고 안갔더니, 내가 바보일세... 바로 뛰어가서 통장 개설해야지' 라고 생각하고 있음에 틀림없어!"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에는 다 요 밑에 근거가 있다.
3. 참 수준 이하의 태그라인 혹은 슬로건
찾아보니 조준희 행장이 2010년 12월에 취임을 했는데
그 전에는 슬로건이 언론재단을 거쳐서 매년 경쟁시키는 것이 장땡이라고 생각하는 광고와 마케팅에 무식한 준공무원 집단 답게, 매년 입찰할때마다 매년 바뀌어져왔다.
2005년 그레이월드와이드 - 파인뱅크
2006년 그레이월드와이드 - 위너스뱅크
2007년 말이나그림 - i를 맨 앞에 놓는 은행
2008년 말이나그림 - Welcome to IBK World
2009년 말이나그림 - 힘내라! 중소기업
2010년 휘닉스 - 행복한 금융의 IBK
2011년 대홍기획 - 참 좋은 은행
(그래도 말이나그림 때는 기업은행 광고 "참 좋은 광고" 였는데...)
"참" 이란 말은 뭐 강조하는 부사니까,
"좋다" 라는 말은 사실"어떻게"가 붙지 않으면 참으로 가치 중립적인 말이다.
즉 "어떻게" 없이 "좋다" 만 같고는
듣는 소비자가 판단해서 아 정말 그렇네 라고 이해가 안되기 때문에 가치 중립적이라는 말이다.
마냥 "우리 은행 좋아요"만 주구장창 이야기 해서 이해가 되거나 설득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뭐 광고책 같은 거 보면, Slogan, Tagline이 서로 다르다고 하더만,
무식한 내 생각에는 브랜드 PR 광고 캠페인에서 브랜드 BI와 같이 나오는 Tagline 이라면,
"그 브랜드 네임과 크리에이티브의 내용을 연결시키는 브랜드의 정의"정도가 그 역할일 것 같다.
뭐 쉽게는 월마트의 Everyday Low Price 라든가 Apple의 Think Different 라든가,
우리 나라에서도 큰 화제가 되었던
"소리없이 세상을 움직입니다. 포스코"
"소리없이 세상을 움직입니다. 포스코"
"좋은 생활주식회사 암웨이"
이런 걸 보면 아 이 브랜드만이 내세우는 가치와 업의 정의가 정확하게 일치가 되는 좋은 예들이 되시겠다.
"참 좋은 은행"도 어떻게 보면 정의를 흉내낸 건 맞는데,
문제는 "어떻게"가 빠져서 이 브랜드만이 내세울 수 있는 가치가 없는,
그래서 그 브랜드에 냉정한 소비자가 보면 고개를 갸우뚱할만한,
정말 흉내만 낸 "참 형편없는" 슬로건 혹은 태그라인이다.
(그렇게 생각이 안되면 위 좋은 예들을 다시 한 번 봐라.
어디 참 좋은 할인점, 참 좋은 PC 회사, 참 좋은 다단계 라고 하는지)
아니 거꾸로 생각을 해봐라 - 소리없이 세상을 움직인다고 하면 포스코 딱 나오는데, 참 좋은 은행만 생각하면 기업은행이다가 딱 나오는지, 그리고 그게 내 마음속에 동의가 되는 말인지...
문제는 이런 형편없는 태그라인을 갖고 아직도 참으로 엄청난 광고비가 투여되고 있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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