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그렇게 공정하지도 않은 경쟁 입찰을 보통 1년에 한번씩 의무적으로 하는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 광고주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것이
1. 한 번 광고 하면 사방 팔방에서 다음 번에는 기회달라고 찾아오고 선물 주는 대행사들도 많은데,
2. 입찰하는데 돈드는 것도 아니고
3. 여러 유명 대행사 모아 놓고 입찰하면 그야말로 볼만한 잔칫날 만들어서 내가 위에 유능하게 일하는 것처럼 보여서 좋고
4. 어차피 1년에 한번씩 편성되는 광고 마케팅 예산에 맞춰서 하면 되고
5. 나도 순환보직으로 내년에는 없을지 모르니까
6. 내가 준비하는 것도 아니고 대행사넘들이 고생하는데 매년 입찰해서 자극을 줘야 말을 잘 듣지...
위 문제에 대해서는 역시 하나하나씩 심층적으로 다루겠으나,
어쨌든 위 이유로 우리 나라 광고주들은 경쟁이 최선이라는 착각 속에 매년마다 입찰을 할려고 한다.
대학 때 배운 경제학 개념 중에서 직접 비용과 대리 비용이 있다.
내가 직접할 때 발생하는 비효율이 직접 지용이고,
대리인을 고용할 때 발생하는 비효율이 바로 대리 비용이다.
광고대행사가 말부터 Agency, 즉 대행사인 것은
광고에 대해서는 비전문가인 내가 직접하는 것보다 전문가인 Agency를 고용하는게 낫다는 판단이 다 서서 그렇겠지?
그런데 경쟁을 자주 하게 되면 대리 비용이 급격하게 증가한다는 것을 전혀 모른다는 거지.
어떤 대리 비용인가 하면,
당신이 치열하고 "공정한" 경쟁을 뚫고 선정이 되었다고 하자.
A. 당신이 아무리 잘해도 그 결과와 상관없이 1년 후에는 다시 경쟁입찰을 한다고 했을 때, 정말 최선을 다할까?
(아니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우선은 대행사의 이익을 극대화 하는 쪽으로 생각을 할까? 입찰에 들어간 비용도 건져야 되니까)
B. 또 한 광고주를 이제 막 맡은 대행사와 한 3년 정도 한 대행사 중 어느 쪽이 더 그 브랜드와 광고주의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익숙하게 해결할 수 있을까?
(누구나 처음 시작하면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하고 자연히 실행 착오가 발생하겠지? 그것도 다 비용이다)
C. 보통은 "공정한" 입찰 당시에 제시한 시안을 그대로 제작해서 온에어하는 경우가 많은데, 광고대행사 입장에서 보면 우선 입찰에 이겨야 되니까 "입찰에 적합한" 아이디어를 내지 않을까?
(한국 입찰 시장에 적합한 아이디어란 바로, 소비자나 시장보다는 경쟁사나 입찰 심사위원을 의식한 광고 시안들이다. 향후 심의에서 문제가 될만한 카피나 팩트를 내세우거나, 역시 향후 실행에서 안될지도 모를 컨텐츠를 내세운다던가, 심사위원단이 여러명의 일반 직원들일 경우에는 모델이나 Song안을 제시한다든지 하는 식의 소위 입찰 전략이다. 이게 꼭 시장이나 소비자가 움직일만한 좋은 광고일까?)
광고주도 바보는 아니어서 처음 시작할때는 "우리는 오래가는 파트너가 필요하니까 열심히 하면 내년에는 입찰없이...." 라는 식으로 꼬시면서 서비스 받아내고 고분고분하게 만들려고 한다.
대행사도 다른 대행사에서 영업 들어오는 걸 알기 때문에, "혹시라도"하는 실낱같은 희망을 담아서 열심히 한다.
그리고 1년 후에는 허무감을 느끼게 된다.
"열심히는 했는데... 그래도 우리가 내부 규정이라든지 분위기상... 윗분들이...."
그러면서 위로랍시고 하는 말은
"그래도 그 회사가 지난 1년동안 해서 제일 잘 아니까 아무래도 유리할테니 열심히 해보세요..."
그게 사실이면 Defending 하는 쪽의 승률이 제일 높아야 하는데
누가 공식적으로 통계를 내본 건 아닌데, 그냥 Defending 이라고 해서 그런 식의 유리한 점은 없는 것 같다.
왜냐면 마치 룸살롱에서 여자 고르듯이 호기심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잘 해주는 조강지처 두고 바람이 난다면 그 이유 역시 호기심 아니겠는가?
이 회사하고는 해봤으니 이번에는 좀 "변화"를 줘봐야지... 여기는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는 거지.
거기에 아무리 대행사를 갈아쳐대도 돈 드는 것도 없고 손해보는 것도 없고, 오히려 각 대행사에서 제시하는 서비스들을 마치 부페 와서 접시에 하나 하나 담아 보듯이 누릴 수 있는 호강도 있다.
그러면 이렇게 경쟁에 의한 평가를 1년마다 해서 갈아쳐 대는 것이 과연 광고주에게 도움이 되는 일인가?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