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23일 목요일

22. 삼성의 임원들은 어떻게 일하는가?를 읽고


  • 책 제목: 삼성의 임원은 어떻게 일하는가?
  • 저자: 김종원
  • 출판사: 넥서스 Biz

궁금하기는 했다. 삼성을 안다녀 봐서....
읽고나서 역시나 했다... 삼성을 안다녀봐도 아는 이야기들이더라...

책 내용 중 많은 부분이 삼성 임원이 되면 얼마나 좋은지를 동경하는 내용인데,
삼성 임원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일하는지는 그보다 빈약한 듯 하고,
그나마 상당히 추상적인 내용들이 많다.

태도라던가, 사고방식이라던가... 
뭐 Part 2에서 사색하고 독서를 많이 해라 하는 건 좋은 이야기 인데 꼭 삼성 임원하고는 상관없는 듯...

읽고 나서도 이해가 안되는 것은, "삼성 임원이 되는 것이 인생의 목표가 되어야 하는가?" 하는 점.

뭐 되면 좋겠지, 하지만 이 글에서 나온 대로 지난 5년간 가족 여행 한 번 없이 자신과 가족을 희생한 후에 임원이 되었다면 그거 과연 인생을 걸만한 일일까?

그러는 동안 혼자서 살림을 책임져야 했을 와이프나 한참 성장기의 자식들에게 아버지와 남편으로서의 존재는 어떤 존재였을까? 그리고 그동안 행복한 가정생활을 경험하지 못한 자신의 희생은 과연 보장되는 것일까?

내가 요즘 주장하는 것 중에 "인생 40 넘어서는 이혼을 막는게 최대 목적이다" 라는게 있다. 

뭐 돈 많이 벌고 높이 올라가 봐라, 이혼하면 그거 많이 없어질 뿐 더러 가장 중요하게는 그 동안 자신의 인생이 많이 망가질 텐데 그게 과연 돈과 사회적 지위로 보상이 될까?

게다가, 내가 하고 싶은 것과 내가 되고 싶은 것 중에서 내가 되고 싶은 것 중에 그런 소중한 것들을 희생해야 한다는 것은 정말 납득이 되지 않네...

초등학교 때 꿈이 삼성 임원은 아니었을터...  

내가 봤을 때 돈 많다고 행복하지는 않더라... 돈이 아니라 행복이 목적이 되어야 하고 임원의 타이틀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만족과 성취감이 목적이 되어야 행복하고 진정 충만한 인생을 사는게 아닐까?

뭐 내가 삼성 임원 안해봐서 모르겠는데, 적어도 구글 임원이나 애플 임원은 이렇게는 안살거 같다는 강한 확신은 있다.

모르지 뭐, 삼성임원 되면 바로 행복해지고, 임원질 하는 게 만족과 성취감이 되는지 모르겠는데, 내 경험상 뭐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보기는 했는데, 그러지 말아야지 하는 반성을 많이 하게 되는 그런 책이었다..

예상했던대로....

2014년 9월 16일 화요일

21. 멀티플라이어를 읽고 (훌륭한 광고인과 훌륭한 조직원의 차이 Part 3)



사설이 좀 길었지만,
이 책은 지금까지 본 리더쉽에 대한 책들 중에서 아래와 같은 점에서 좋은 책이다.

1. 멀티플라이어 (조직의 현재 역량을 더 키우는 사람)의 Performance가 정량적으로 디미니셔 (거꾸로 줄이는 사람)에 비해 높다는 점을 주장한 점
(그게 200% vs 50% 라고 해서 좀... 꼭 맞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2. 다양한 실제 사례를 갖고 쉽게 설명을 한 점 (이런 종류의 번역서들이 사실 표현이 우리 식이 아니어서 쉽게 넘어가지 않는데 그래도 재미있게 쉽게 넘어가더라)

3. 단순히 좋은 리더가 되라 가 아니라 구체적인 체크 리스트를 제시하여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고 향후 실천의 가이드라인으로 삼을 수 있게 한 점.
(이거 재미있다... 회사 주변의 다른 사람을 대입해서 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해보라)

책 내용은 보면 알겠지만, 특히 광고대행사 직원들에게 유용한 교훈은
결국 나의 역량이 아니라 우리의 역량을 동원해야 한다는 점이다.

근데 그게
밑에 직원들을 야근 시키고 주말에 나오라고 하거나 사내 비딩 시켜서 여러 팀 참여시킨다고 역량이 늘어나는게 아니라, "동기부여"를 통해서 스스로 창의성을 발휘하게 만들게 하라는 거다.

브리프 회의 한답시고, 아이디어 회의 한답시고,

밑에 애들한테 쭈욱... "야 각자 생각한 거 가져와바..." 하고 빨간 펜 들고 보거나,
애들 열심히 시키고 나서 결국 자기 아이디어대로 그냥 하면서 "니들은 이런게 문제야" 라고 하던가

회의는 정말 오랫동안 하는데, 결국 자기만 떠들고 끝나던가,
회의 하고 나서 뭘 해야 할지 모른다던가,

반대로 자기도 힘들지만 밑에 직원들은 자기 고민을 못알아주고 못 받쳐준다고 생각한다던가,
나랑 같이 일해야 되는 다른 Function의 파트너들이 내 수준만 못해서 피치에서 진다고 생각하던가,

피치는 이기더라도 밑에 직원들은 도대체 내가 뭘 공헌했는지 모른다던가,

국장 타이틀, 팀장 타이틀 달고 아직까지 파워포인트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던가,

어떤 회의에서도 팀장인 내가 제일 많이 떠들고 앉아 있다던가,




사실 이거 대부분 내가 해당되었던 건들이다.
이런 나의 모습 때문에 밑에 있던 직원들도 많이 나갔고...
그 때 생각하면 참 미안하다.

내가 자꾸 어려서부터 고민을 해야 한다고 하는 것이,
실제로 고민을 시작해도 바람직한 리더쉽을 체득하는데에는 끊임없는 시행착오를 거듭해야 하기 때문에 그 시기를 앞당길 수록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면, 내가 광고대행사 임원 한 번 하겠다고 하면 역시 일찍 생각할 수록 좋다.

김일성이 그랬쟎아,
4대군사노선에서 전인민의 간부화를 부르짖으면서, 자기 직급보다 2계급 위의 임무를 수행하게 훈련을 해야 한다고...

이거 사실 2차 대전 당시 전세계를 대상으로 싸웠던 독일군의 실력을 분석해보니 "임무형 지휘체계"라고 하는 프로이센 시절부터 내려오던 독일군의 리더쉽 문화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라는 교훈이 나오면서 받아들여진 이야기다.

소대장이라면 두 단계 위인 대대장의 지휘의도를 파악하고, 그 의도에 맞게 소대를 운용하면서, 대신 대대장은 각 하위 제대의 운용을 철저하게 소대장과 중대장에게 맡기고 자신은 다시 두 제대 위인 사단장의 지휘 의도를 파악하면서 대대의 큰 그림을 움직이는 데만 관여한다는 거지.

그러다 보니, 각 하위 제대는 자신의 책임 하에 융통성 있고 창의적으로 움직이더라는 거야.

그 반대는 뭐겠냐?

군대갔으면 알거야... 별이 와서 시시콜콜한 거 트집잡고 가는거...

믿고 맡기라고... 그리고 그 사실만 알게 하라고...

그러면 놀랍게도 스스로가 창의성 발휘한다니까...

그리고 그렇게 하면 너 혼자 하는 거보다 훨씬 더 낫다니깐?


이런 당연하지만 남들은 모르는 놀라운 사실을 니가 사원 때부터 머리에 담고 있으면,
그래서 니가 두 단계 위인 팀장 부터 본부장이 되었다고 머리에 쉐도우 복싱을 하고 살면,
당연히 니가 팀장되고 임원되는 날이 오지 않겠냐?

그렇게 어려서부터 준비했는데?



그게 이 책 읽고 나의 결론이다.

20. 멀티플라이어를 읽고 (훌륭한 광고인과 훌륭한 조직원의 차이 Part 2)



그래서 나는 광고대행사에 있는 사람들도 꼭 마케팅과 광고,인문학에 대한 책만 읽지 말고 리더쉽에 대한 책도 많이 읽고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고민도 꼭 팀장이나 임원이 되고 나서 할게 아니라, 대리때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책 보고 실제 주변의 상황을 보면서 비교하고 비판하고 고민하고, 나는 이렇게 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몸에 체득되어 실제 팀장이나 임원이 되었을 때 자연스럽게 실천할 것이 아닌가?

사실 내 경험상으로도 대리 정도 되서 자기 밑에 부사수 한 명 받으면 어떻게 같이 일을 해야 하지? 하는 고민이 당장 시작된다.

개인 뿐 아니라 회사 입장에서도 두말할 필요 없이 이런 쪽에 관심을 갖고 외부 교육 같은 것을 직급에 맞게 받아볼 필요가 있다. 사실 마케팅과 광고 관련한 교육이라고 해봤자 어느정도 짬밥 먹고 머리 굳으면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게" 마련이다.
다시 말해 누가 가르쳐서 광고 잘할 수 있다면 다들 대학원 가서 석사 따고 박사 따서 광고 하지, 그런데 사실 그렇지 않으니까 어느정도 짬밥 찬 사람들에게는 시니컬한 반응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대신 같이 일하는 방법, 리더쉽에 대한 전문적인 컨설팅 교육 같은 경우에는 요즘 강사들도 준비 많이 해서 재미있고 끝나고 도움도 많이 되는 경우를 많이 목격하였다.

그럼 이런 부분에 관심이 없으면 어떻게 되냐고?
회사가... 망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웰콤, Lee & DDB, 그레이프, 김앤에이엘 등이다.
얼핏보면 공통점 하나도 없는 회사 같지?

공통점이 바로 한 두명의 스타에 (주로 최고 경영자) 의존하면서 그 역량을 전체 조직의 문화로 만드는데 실패했다는 점이다. 회사의 리더들이 조직에 대한 관심은 없고 광고에 대한 관심만 있다보니, 예전 처음 시작할 때 불과 대여섯명이서 하던 시스템을 그대로 100명이 넘도록 가져가다보니 모든 것이 한 두명에만 집중이 되고 다른 모든 사람들은 액세서리가 되면서 결국은 동기부여가 안되어 이직율이 높아지는... (네 회사 모두 이직률 높고 사장/회장 중심으로만 돌아간다는 데는 부인 못하겠지?)

근데 요즘은... 메이트 보고 있나?

결국 광고대행사도 아무리 잘난체 해봤자 결국 "회사"고 "조직"이다.
하지만 그 잘난 광고인들은 여전히 네컷 만화 칸 채우는 것만 자기 일이라고 생각할 뿐 회사나 조직을 돌리는 데에는 "내가 스타 광고인이고, 내가 선생님인데, 니들은 나 하는대로 따라오고, 내 눈높이만 맞추면 돼" 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원칙 하나 갖고 조직과 후배들에게 강요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내 말은 이 글을 혹시 볼지 모르는 "너"는 그렇게 되지 말란 말이다.

회사에서 교육 안보내주면 니 돈 들여서 책 좀 보라고...

그리고 그 여러 책 중에 요 책 "멀티 플라이어"도 보란 말이다.

19. 멀티플라이어를 읽고 (훌륭한 광고인과 훌륭한 조직원의 차이 Part 1)


광고대행사는 정량적인 Output이 아닌 정성적인 Output인 아이디어와 광고주 서비스를 다루는 산업이라는 특징 때문에 사수-부사수가 같이 일하고 배우는 도제식 시스템이 전세계적으로도 정립된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신문방송학과나 광고학과를 나와야 제대로 된 광고인이 될텐데, 실제로는 아트플래너를 제외하면 다양한 배경과 전공을 한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점을 봐도 알 수 있다.

뭐 그 유명하던 Account Planner인 John Steel은 돌고래 조련사도 뽑았다고 했고, 내가 아는 양반중에서 금속공학과 나와서 AE 하는 분도 봤으니...

문제는 사수-부사수라는 종속적인 관계에서 일을 배우고 Account Service / Planning - Creative - Media 가 각기 Function이 매우 다르다 보니 일을 하는 방법에 있어서 매우 편협한 경험과 사고에 갇힐 위험이 크다는 점이다.

아니라고?
혹시 이런 이야기 업계에서 일하면서 안들어봤냐? 

1. 난 기획팀 (혹은 제작팀) 내 사수로부터 이렇게 일을 배웠어...
2. 내가 지금부터 광고를 가르쳐 줄께... 광고는 말이야... 이런거야...
3. 너 때는 이런 일을 해야 되는 거야....


우리 나라 대기업 광고주의 경우는 순환보직을 시키는 경우가 많아서 그나마 다양한 직능의 사람들 및 상사와 일을 할 경험이 있지만 광고대행사의 경우 팀을 자주 바꾸는 경우도 흔치 않은 경우가 많다.

보통 팀 바꾼다고 하면 눈치보이고, 배신자 소리 듣고, 팀장으로부터 "내가 너한테 섭섭하게 한거 있냐?" 라는 소리도 듣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대로 다른 팀 가라고 하면 "제가 뭐 잘못한게 있나요?" "그래 니가 나를 버린다 이거지?" 라고 생각하게 마련이지.

사족으로 제일기획은 안그렇고 오히려 연말에 한 번씩 원하는 팀장들과 일할 수 있게 해준다고 하고 외국대행사는 원래 팀이라는 개념이 우리하고는 매우 달라서 "소속"이 아니라 같이 일하는 "구분" 정도인 경우가 많아서 (다 그런지는 또 모르지만) 내가 전에 일하던 뉴질랜드 베테랑 아저씨는 보통 2년에 한 번씩은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도록 광고주를 바꿔준다고 하더군.

이렇다보니, 회사를 운영하는 임원들 조차도 당연히 이런 식으로 훈련받은 Mind Set을 갖고 있지 않겠어? 그렇게만 제일 오랫동안 생각하던 사람들끼리 임원 해먹는 건데...

즉 "우리는 프로페셔널하니까!" 라고 자위하면서 회사 직원들을 AE나 제작, 매체를 하는 광고인으로 볼 뿐 조직의 일원이자 자신이 챙기고 고민해야하고 모셔야할 "조직원"으로 보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거지.
그래서 일반적인 우리 나라 광고대행사에서의 교육이라면 "어떻게 하면 훌륭한 광고인이 될 것인가?" "어떻게 하면 피치 승률을 높일 것인가?" "어떻게 하면 참신한 아이디어를 낼 것인가? (개그맨 데려다 특강하면서)"에 주로 촛점을 맞추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뭐 이게 잘못되었다는게 아니라,
문제는 이런 식으로 "각 개인이 훌륭한 광고인이 되면 그 회사가 훌륭한 광고대행사가 된다"는 식의 관점은 결국 전쟁에 나가서도 각 개 병사가 총만 잘 쏘고 각개전투만 잘 하면 이긴다로 자칫 귀결될 수 있는 바,

여기에 추가적으로 강조되어야 할 관점이자 교육은
각 개인이 모여서 하나의 분대 - 소대 - 중대 - 대대를 이루었을 때 어떻게 "조직으로서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인가? 에 대한 부분까지도 포함이 되어야 한다는 거지.

즉 훌륭한 광고인이 되는 교육도 중요하지만, 훌륭한 조직원이 되어 각기 다른 레벨에서 리더쉽을 어떻게 발위하면 동기부여와 원활한 소통을 통해 전체 조직의 생산성 및 애사심과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교육과 관점을 부여하는 것이 특히 팀장 및 임원 레벨에서는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는 거다.

내가 10년도 전에 본 외국계 대행사 네트워크의 경우 우리로 치면 국장 정도 되서 임원을 준비할 레벨이 되면 KPMG 같은 컨설팅 회사에 의뢰한 리더쉽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교육을 시키더라구.

여기선 어떻게 하면 브리프를 잘 쓰고 아이디어 잘 낼까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조직의 리더로서 너 혼자 잘나서 일을 다 하려고 하지 말고 구성원들에게 업무 위임 Delegation을 통해서 조직 전체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점을 재미있는 게임 같은 걸로 정말 느낄 수 있게 가르쳤었다.

근데 우리는 이런 교육 과정 없이 연차 차고 기획팀 국장으로서 일 잘했다고 어느날 제작팀까지 통솔해야 하는 임원을 맡기니, 보고 배운 가락이 기획팀 국장 역량 밖에 없어 종종 이사나 상무 타이틀 달고도 엄청 힘쎈 기획팀 국장처럼 행세하는 초보 임원들을 종종 보게 된다.

이 경우 흔하게 보는 광경은 
"기획 출신 주제에 제작 CD질을 하려고 드네?" 라고 하는 제작팀의 반발과
"같이 들어가봤자 지가 다시 기획팀 국장처럼 행세하는 바람에 줄줄이 하나씩 강등되네" 라고 하는 기획팀의 좌절 그리고 그 사이에서 자존심에 상처받고 분노하는 초보 임원의 모습이다.
내 이야기는 이런 부분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거다.

뭐 제일기획을 비롯한 대그룹 인하우스들의 경우에는 임원 달기 전에 그룹 교육 같은거 가니까 배우는 건 있을 텐데 과연 리더쉽과 조직에 대한 새로운 관점 같은 부분이 단 며칠 동안의 합숙 훈련으로 습득이 될까?

궁금하면 그런 큰 인하우스 대행사에 다니는 직원들이 자기 회사 임원들을 얼마나 존경하고 리더로서 배울만 하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어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겠지...



18. 오랜만이다


오랜만이다.

역시 네이버가 아닌 구글에 올리니까 우리 나라 업계에서는 아무도 아직까지 본 사람이 없더군.
지금까지 쓴 글이 아깝기도 하고,
다시 마음이 싱숭생숭하기도 해서,
최근에 내가 읽은 광고 관련한 혹은 마케팅과 리더쉽 관련한 책들에 대한 독후감을 써보려고 한다.
누군가 책을 읽고 이렇게 생각을 한 번 가다듬어야 내용이 완전히 내 것이 된다고 해서...

2014년 3월 13일 목요일

16. 경쟁이 경제 원칙을 넘어설 정도로 너무 치열해졌다. (Part.5)



 
아마 이 전 글이 생소한 광고대행사 직원이 혹시 있을지 모르겠다.
실상은 노예로 입사해서 지금껏 노예로 살아오느라 다른 자유인의 삶은 모를지언정
오늘도 나는 광고인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대표 모 그룹에 다녀" 라는 말을 부모님이나 배우자가 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몇몇 들이 있기도 하더라.

생소하면 물어보라,
외국까지도 가지 말고

대한민국의 어느 BI회사가, 어느 디자인회사가, 어느 건축설계사무소가
온라인에 띡 뜬 입찰 공고만 보고, 아무런 Rejection Fee도 받지 않고
자기네 인원들 밤샘 근무 시켜가면서, 외주처 돈주고 고용해 가면서,
입찰 장소에서 클라이언트 앞에서 생각해간 브랜드 네임 후보작 20개씩 까고, 로고 디자인 40개씩 까고, 디자인 시안 20개씩 까고, 설계도면 및 모형 까고 나서
안됐다는 통보에 "네, 잘 알겠습니다... 담에 더 열심히 할테니까 꼭 기회 주세요" 라고 하고 돌아서는 곳이 있는지...
(그리고 나중에 나온 브랜드 네임이나 디자인이 자기들이 한거랑 똑같네 하면서 흥분하지만.... 정작 전화 한 통 하고는 "알겠구요 다음에는 저희에게도 기회를 주세요..." 라고 하는 곳이 있는지...)

그리고 돌이켜보라...
지금까지 참여한 광고 입찰 중에서 rejection fee 주는 입찰이 몇 건이 있었는지...
스토리보드만 들고간 광고 입찰이 도대체 몇 건이었는지...
혹시 애니매틱도 넘어서 찍어간 경우는 몇 건이었는지...
"개발비"라고 들어간 비용이 지난 번 입찰에서는 얼마였는지...

그리고 생각해보라
내가 하는 일이 애니매틱 동영상 파일 만드는 일인지, 광고 아이디어를 만드는 일인지...
내가 모그룹 회사원인지 아니면 광고인인지...

그리고 분노해야지...

애니매틱과 실사 촬영 관련한 업계의 이야기들은 너무 많다. 아주 아주 몇 개만 보면,

1. 작년인가 어느 외식 브랜드 입찰에서 모 대행사가 16개를 실사로 찍어왔다고 하던데.. 그 때 그 외식 브랜드 빌링이 30억원 정도 되었을거다. 글면 대략 4억원 수익 나는 거고 인건비 빼면 1.2억원 정도 남을텐데 만일 개발비가 이것보다 더 많이 들었다면.... 왜 했지? (위에다가는 60억원이라고 했겠지...)

2. 근래 모 재벌그룹 계열사 입찰도 불티났는데, 역시 돈 많은 모 대행사에서 들인 총 개발비는 1억원대.... Rejection Fee를 받기는 받았는데 몇백만원이었다고 한다... 뭐 모그룹 계열 물량에서 얻은 초과 수익으로 가뿐히 처리? OK? 

3. 잘 나가던 모 대행사가 있었는데, 슬럼프인지 한 해 동안 한 20개 되는 입찰에서 떨어지고 나서, 정신 차리고 보니 그 해 개발비가 10억원 정도 들었다고 한다... 고스란히 적자가 되었겠지...

4. 앞 글에서 이야기 한 대로 회장님이 직접 결정하시는 모 브랜드 입찰에서 독기를 품은 한 인하우스 대행사가 아예 모델하고 쇼부를 치고 실사로 찍어서 제시를 한 거지... 실무자들은 사실 그 모델이 싫어서 다른 대행사 제안에 점수를 많이 줬는데, 아뿔싸, 회장님의 취향은 바로 그 모델이었던거라... "좋네, 저거 그대로 내보네...." 결국 입찰 한 후에 며칠도 안지나서 시안으로 제시한 소재가 그대로 혼방으로 나가고... 가뜩이나 광고비 많은 그 브랜드에서 그 편은 정말이지... 톡 튀는... 거기서 제안한 슬로건은 지금 어디 갔는지도 모르는... 단명 캠페인이 되었다는... 정말 그 제작비는 그냥 서비스로 나간건가?


자, 이젠 이해될 것이다. 왜 대한민국에서는 자기의 이름 걸고 아이디어 하나 믿고 시작하는 광고계의 영웅들이 더 이상 나오기 힘든 이유를...
우선 현실적으로는 매체 지급보증이라는 것이 발목을 잡을 것이다. 매체 업무를 하려면 코바코와 조중동에 사전에 3개월치 광고료 / 1억원 정도를 각 매체사에 선지급 식으로 / 지급보증 식으로 내야 하는 건데, 여기서는 우선 매체까지 하는 종합대행이 아니라 제작 대행만 한다고 치자 .

제작 대행만 하려고 해도, 광고주를 위해 입찰에서 아이디어 보여주는데만 해도 우선 피치 준비에 이렇게 돈이 많이 든다.
돈 없으면 스토리보드로 하면 될텐데, 문제는 광고주 수준이 하도 낮다 보니 스토리보드로 제시하는 불세출의 아이디어도 돈으로 쳐바르고 녹음 Song까지 만들어서 깔끔하게 해온 애니매틱이나 심지어 실사로 찍어온 시안을 도저히 당해낼 재간이 없다.

그래, 전 세계에서도 하필이면 대한민국, 그것도 광고업계에서 일하는게 자기 팔자라고 생각해서 살던 집 담보 잡혀서 돈 빌려서 애니매틱 시안 만들어서 제시했다고 치자.
광고주가, "아 시안은 그 쪽이 참 좋은데.... 모 기획에서 자기들하고 하면 시안은 그렇게 다시 제시해준다고 하고... 대신 모그룹 사무실마다 하나씩 놔 준다고 해서..... 죄송해요..."

이거 두 번 당하면 돈도 돈이지만... 멘탈이 완전 붕괴될 것이다...

자 다시 이야기 하지만 광고업계의 경쟁은 이제 경제원칙을 벗어난지 오래다.
경제원칙을 벗어나 자기 돈으로 자기 아이디어 개발해서 공짜로 광고주에게 보여주는게 비정상이라는 것도 모르고
거기에 수익성과 상관없이 애니매틱에 시안까지, 지들끼리의 승부에서 이기기 위해 모그룹에서 받은 잉여 수익을 쏟아 붇고,
그것도 모자라서 광고주가 정확하게 요청하지도 않은 "모 기획의 약속"까지 퍼부으면서 그저 굽신굽신...

아... 자본주의의 꽃이라는 광고에서 자본주의의 경제원칙은 언제쯤 다시 적용되려나...
 
 
 

17. (번외) Rejection Fee를 계산해 보자.

 
 
자 경제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대한민국 광고계이지만, 그래도 경제원치을 적용해서 과연 얼마나 Rejection Fee를 받아야 할까를 생각해보자.

예를 들어 대략 연 빌링 80~100억원 정도의 소비재 상품 및 브랜드 캠페인이라고 생각하고, BTL과 온라인도 제안에 포함된다고 가정하자.
거기서 평균 준비 기간인 3주일 전에 OT를 하고, 과제로는 책임 회피를 위해 "제시 시안의 형식은 제한하지 않겠습니다. A라인, B라인 각각2개씩 최소한 4개의 시안 준비해주시기 바랍니다" 라고 숙제를 냈다고 치자.
그리고 이 프로젝트에 모닥불로 뛰어드는 불나방들처럼 대한민국의 기라성 같은 4개 인하우스 광고 대행사가 참여 했다고 치자.


1. 우선 직접비 부분을 보면

가. 기준

대한민국 광고대행사는 돈을 안줘도 서로 하겠다고 애걸복걸하는 거지 같은 존재들이기는 하지만, 경제원칙을 적용하기 위해서 현행법에서 규정하는 최소치의 비용을 준다고 가정해보자.
가령 삼성그룹 안에서도 임직원 평균 연봉이 7900만원으로 TOP 5위에 속하는 "제일기획"까지 포함해서 전체 대행사 직원들에게 입찰 준비 기간 중 법정 최소임금인 시급 5210원을 준다고 가정해보자.
아래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대한민국 광고대행사 직원 수준 = 패스트푸드 알바 수준"으로 보고 계산한거다.

나. 투여인원
보통의 인하우스 대행사라면 아마도 AE 팀에서 대략 4~5명정도, 제작에서 대략 4~5명 정도, 그 위에 임원들 대략 3명, IMC쪽은 대략 BTL과 온라인 각 2명씩, 매체는 플래닝만 한 2명 들어가는 걸로 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다. 투여시간
보통 3주 주니까 3주인 21일동안 준비한다고 보자.
하루에 실제 업무를 하는 AE 및 제작은 휴일 포함해서 4시간 동안 정상 근무를 하고 6시 이후 야근을 각 2시간 정도씩 한다고 보자.
최저 임금을 받는 햄버거 굽는 알바도 고용 노동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초과 근무를 할 경우 1.5배를 받도록 되어 있다. 즉 Over Time이 2시간이면 실제 계산은 3시간치 임금을 받는다는 거다.
임원들은... 야근 안하겠지? ㅎㅎㅎ
매체나 IMC도 우선 안하는 걸로 쳐보자.. 혹시 보는 사람들 중에서 흥분하는 매체팀이나 IMC팀 직원이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어차피 버거킹에서 패티 굽는 알바하고 동일한 신분이니 너무 흥분하지 말도록 하자.
내가 보기에는 AE나 제작 같은 경우 실제 저정도 시간... 안들어갈 것 같으니까, 계산의 편의 상으로 그렇다는 거다.

라. 결과
결과는 아래 그림과 같다.

[광고대행사 직원들이 롯데리아 알바 정도의 수준이라고 과대평가했을 때 직접비 ]
 
 
 
 
 

광고 입찰 준비 기간 동안 대한민국 상위 연봉군인 광고대행사 직원들이 실제로 광고주로 부터 받는 대우보다 훨씬 높은 수준인 2014년 최저임금을 적용한 결과 피자헛에서 오토바이로 배달나가는 알바 청년은 받을 수 있지만 광고대행사에서는 광고주에게 받지 못하는 직접비가 대략 1천만원 수준이다.


2. 시안 제작비

광고주는 멋지게 "알아서들 최선을 다해, 당신들 생각에 가장 적합한 형식으로 해오시구요. 제한을 두지 않겠습니다."라고 했지만, 이는 OT후 첫 회의에서는 "스토리보드로 제한을 안하네? 글면 다른 데도 애니매틱 해올테니 우리도 애니매틱으로... 오케이? 100억이면 이거 따면 당분간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거야... 무조건 따오라구..."로 해석이 된다.

전에 이야기 했다시피 애니매틱 시안이 보통 400~600만원 정도 나오는데 대략 400만원이라고 잡으면 4개 하면 1600만원이다.
여기에 프러덕션에서 기획료 500만원 주는 조건이면 2100만원이 된다.
안주고 하겠다는 곳도 있고, '바잉파워" 고려해서 안주고 해주는 곳도 있겠으나, 광고대행사 직원들도 직접비 계산을 했으니, 여기서도 주는 걸로 일단 하자.

거기에 인쇄 제작비가 있는데, 외주 쓴다고 치면 개당 50만원 치고 4개 가져가면 200만원이다.

총 합쳐서 2300만원 되시겠다.


3. 진행비
이거 뭐 얼마 안드는 돈인데, FGI 한 번 한다고 치고, 1인당 5만원씩 준다고 치고, 5명 그룹 2번 한다고 치고 (근데 요즘 이런 조사 정말 하는 곳들이 있나?) 한 50만원 들거고,
제본하고 인쇄 시안 출력하고 자료 구입하고 프레즌테이션 기자재 일부 구입하고, 돌아다니는데 교통비 쓰고 뭐 하고 하는데 대략 150만원 든다고 치자.
그거 대부분 술 먹겠지만...

그거 다 합쳐서 넉넉히 200만원 든다고 치자


합계를 내보면
직접비: 1000만원
시안 제작비: 2300만원
진행비: 200만원

총 3500만원이다.

이거 광고주가 주면 어떻게 될까.

3500만원 X 4개 대행사 = 1억4천만원이다.

100억 광고예산을 효율적으로 잘 쓰기 위해서 중요한 파트너를 선정하는데 전체 예산의 1.5%가 안되는 비용을 투여하는게 과연 그렇게 대단한 돈인가 아님 낭비인가?
(그나마 직접비는 패스트푸드 알바 수준으로 주는 건데...)

낭비라고 생각한다면,
이렇게 Rejection Fee 주는 전세계 거의 모든 나라의 거의 모든 "그 광고주 너"보다 더 똑똑하고 양심있는 클라이언트들은 다 병신이라는 건가?

낭비라고 생각한다면,
시안 내라고도 하지 마라..
어차피 "모기획의 약속"이 중요하면, 크리덴셜 출력하고 "약속"만 가져오라고 해서 대행사를 선정하고 시안은 그 때부터 조져서 만들면 되쟎아?

서로 깔끔하고 공정거래한 방법이다.
"비정상의 정상화"이기도 하고...

나중에 이야기 하겠지만, 이런 식으로 Rejection Fee가 있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경쟁이 경제원칙을 벗어날 정도로 과열되지도 않고 자주 있지도 않은 거다.
입찰 하려면 자기도 돈이 드니까 광고대행사 교체를 신중하게 생각하는거지.

반면 우리 나라는 광고주 입장에서는 손해날 게 아무것도 없다.
지 브랜드는 망가지고 일관성은 훼손되어 누적된 광고 이미지는 날라가버리겠지만...
그게 어디 결재판 위에서 입증되는 일이겠는가..

그보다는 내노라 하는 그룹의 계열사들 4~5군데 불러다가, "갑"질도 확실하게 해서 스트레스도 날리고
회사 안에서는 한 번 동네 잔치 열어서 사람들 불러다가 구경도 시키고, 내가 일 잘한다느 인상도 확실히 주고,
밖에서 봤을 때는 심지어 매번 광고 소재 교체할 떄마다 경쟁을 붙이니 참으로 공정해 보이고...

이 모든게 실무적으로 단박에 해결되는 길은... Rejection Fee 밖에는 없다.
앞으로 10년 안에는 성사되기 어렵겠지만...

참고로 최근에 들은 Rejection Fee는 모 통신 브랜드가 500만원, 모 재벌 계열사는 600 ~ 800 정도 줬더라.
그리고 그 프로젝트들에 한 자본 잉여력 넘치는 인하우스 대행사가 개발비로 투여한 비용은... 1억원이 조금 안되었다고 한다.

병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