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20일 목요일

10. 경쟁의 평가가 공정하지 않은 경우가 너무 많다. (5부)

 
그래도 "약속" 이라는게 경쟁의 평가로서 공정해 보이냐?
그러면 글로벌 스탠다드와 무지몽매한 대한민국 광고인들의 수준차이가 어떻게 나는지를 실감나게 예를 통해 알려줄께.

예전에 무슨일이 있었냐면, 전세계적인 글로벌 브랜드가 우리 나라에서 대행사를 선정하려고 한 경우가 있었는데,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모 대행사에서 이 광고주를 한 번 하려고 보니깐, 우리 나라에서나 날고 기는거지 글로벌 회사들하고는 수준차이가 한 참 나는 거거든.

그래서 뭐라고 했냐면, "우리는 매체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라고 파격적인 서비스 제안을 해보자 라고 생각한거지.
만일 무지몽매한 대한민국 광고주들이었다면 어땠을까? 어서옵쇼! 하고 바로 yes 하고 계약서 도장 찍지 않았을까?

근데 글로벌 브랜드의 광고주들이 봤을 때에는 정말 어이 없는 일이었던거지.
"너희들이 우리 일을 하는데 수익이 없으면... 우리 일을 제대로 해주겠어? 이건 그냥 입찰에서 어떻게든 되고 보겠다는 꼼수 아니야?"

그러니까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모 대행사에서는 "아 우린 모그룹 물량이 많아서 너희들 일은 그렇게 해줘도 돼니까 걱정하지마. 우린 그냥 너희 업종을 해보고 싶어서 그런거야" 라고 대답을 했다지.

거기에 대한 글로벌 브랜드 광고주의 대답은
"아니 너네는 모그룹 물량으로 받은 이익을 모그룹 광고주에다가 안돌려줘? 너네 되게 웃기는 구나... 그럼 모그룹이 물량 줄이면 우리 일 역시 안해주겠네..." 라고 하면서 입찰에서 바로 떨어뜨렸다고 한다.

워낙 우리가 공사에 무관심하게 살아서 그런데, 법인카드로 회사 차량에 기름 넣을 때 개인이 갖고 있는 오케이 캐쉬백 카드로 적립 받으면... 횡령이다.
회사 공무로 출장가면서 쌓인 항공사 마일리지도 원칙적으로는 개인이 쓰면 안되고 다음 회사 공무로 여행갈 때 활용해서 할인 받든지 해야지, 개인적으로 쓰면... 횡령이다.
(이런 이야기를 자신들의 이야기로 하면 잘 이해를 못하면서, 만일 공무원이 이렇게 한다고 하면? 이라고 하면 정말 쉽게들 이해하더라...)

엄밀히 말해서 지금도 모그룹의 계열사 물량으로 덕 본걸로 인하우스대행사들은 외부 독립 광고주 유치하려고 쓰고 있기 때문에 독립대행사와 인하우스대행사의 경쟁 그 자체도 공정한건 아니다.
모그룹 계열사끼리도 접대하고, 매체 수수료 깎아주고 그런 "약속" 한다는 이야기 들은 적 있냐?
없거든... 그렇게 물량 독점해서 얻은 수익으로 무얼 하냐면, 다시 그 모그룹 계열사를 위해 투자하거나 하는게 아니라 대행사 임원들이 자기 실적 채울려고 외부 독립 광고주 유치하는데 쓴다는 거다.
몇 년 전에 유행했던 "다른 대행사가 200억 광고주 1개를 유치하면, 우리는 20억짜리 광고주 10개를 채워서라도 200억을 만들겠다"는 모 대행사 임원의 이야기는 수익과 상관없이 외부 독립광고주 유치를 통해서 외형 성장을 시켜서 그룹 인사에서 평가 받겠다는 솔직한 심사를 드러낸 것에 다름 아니다. 그룹이나 오너 일가에서도, "그룹 물량만 할거면 뭐하러 회사 만드냐? 다른 것도 많이 유치해야지..."하면서 독려를 열심히 하지...

근데 공정한 경쟁의 논리로 보면 한쪽에서는 모그룹 계열사들은 그렇게 물량 몰아주고 그런 대접도 못받으면 그거야 말로 경제 논리에 어긋난거 아니냐?

아이디어는 회사의 크기와 상관이 없다.
작은 대행사도 광고주가 필요로 하는 과제에 맞는 좋은 아이디어 낼 수 있고 입찰에서 선정되어 브랜드의 성공에 이바지 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인하우스 대행사들이 "서비스와 약속"으로 경쟁을 왜곡하고 있다.
윗 이야기처럼 다른 외부 광고주에게는 할인도 해주고, 접대도 하고, 서비스도 열심히 해주고, 입찰 들어갈 때 기존에 애니매틱 2~4개 정도 하던게 어느덧 10개 넘게 실제로 찍어 가기도 하고... 거기 들어가는 비용은 모기업 물량에서 얻은 이익을 때우고..,

결국 작은 독립광고대행사들은 아이디어 하나로 승부를 하는데, 인하우스대행사들은 모그룹의 실력과 규모까지 동원해서 경쟁을 하니 이게 경쟁이 되겠냐?
그래도 공정한거라고? 이런 것도 실력이라고?

아까 이야기 했듯이 이건 아무에게도 도움이 안되는 경쟁이다.

광고주가 지키지도 못할 서비스에 눈 멀어서 정작 본래 목적인 광고 아이디어에 소홀하면 브랜드가 망할 것이고
인하우스 대행사는 이런 식으로 경쟁하다가 손익 악화되면서 최근에는 사람 줄이고 있고
모그룹은 자기들 물량으로 다른 회사 호강시켜주느라 정작 자기네 브랜드에 대행사에서 투자를 못하니까 외국에서 경쟁 브랜드와 싸우는데 도움이 안되서 손해고
독립대행사는 아이디어로 이기고 서비스로 지느라 입찰 비용에 사기 저하에 망하기 일보 직전이고
인하우스든 독립이든 광고대행사 다니는 임원이 아닌 일반 직원들은 점점 광고대행사 산업이 축소되면서 처우도 열악해지고 일찍 나가야 되고...

만일 당신이 광고주인데 아직도 그런 서비스와 약속도 실력이고 고려 대상이라고 믿는다면 구제 불능이니, 대신 그런 당신에게 좋은 방법 하나 알려주겠다.

입찰에서 서비스와 약속을 이야기 한다면, 거기에 대해서 대행사 대표이사와 관련된 모그룹 계열사 사장의 연대보증하라고 해라.
입찰에 제시한 모델이나 광고 시안에 대해서는 만일 동일하게 제작이 안된다면 책임을 물을거 아니냐?
시안이나 매체에 대해서는 보증보험도 들으라고 하면서 서비스와 약속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립서비스만 믿고 하면 안되지.

그렇게 했는데 정말 대행사 대표이사하고 모그룹 계열사 사장이 도장 찍어오면?

회사 그만두고 그 서류 들고 협박을 해라. 부당계열사지원으로 공정위에 고발하겠으니 그게 싫으면 돈을 달라고 해라.
어차피 그런 안목으로 그 브랜드 살릴 자격이 없으니 어떤 회사든 오래 있을 수 없을터, 개인적으로 생계나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다.
 
 
 
 
 
 

9. 경쟁의 평가가 공정하지 않은 경우가 너무 많다. (4부)

 
글로벌 글로벌 좋아하니까,
글로벌 광고대행사 비즈니스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대한민국 광고대행사와 광고주의 독특한 갈라파고스적인 행태가 참 여러 개가 있는데,
그 중 입찰과 관련한 것중 두 가지가
하나는 리젝션피 없이 다짜고짜 애니매틱 시안부터 만들어서 제시하는 것과
둘째로는 "모 기획의 약속"과 같은 부분이 되겠다.

애니매틱 시안 문제도 나중에 이야기 하겠지만 우선 그러면 그 "모기획의 약속"이 도대체 무엇이며, 그게 왜 공평하지 않은지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자.

대표적인 어느 모 기획의 입찰 제안서를 보면 다른 대행사와 좀 다른 몇 가지가 있는데,
우선 구성을 보면 기획 부분이 굉장히 짧고 대신 매체가 굉장히 길고 실제 발표에도 많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반면 다른 곳들은 매체 부분이 피치 승패에 별로 영향도 없고 광고주도 변별하여 이해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과감히 생략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거야 뭐 각 회사의 장단점에 맞추어 판단하는 거니까 이해가 되는 부문이다.
그런데 또 다른 하나는 바로 "약속" 부분이 굉장히 길다는 것이다.

광고입찰에서 당연히 핵심이자 가장 중요하게 보는 광고안의 기획과 시안, 그리고 매체 집행 계획 다음에 별도로 따라 붙는 "약속"이라는 것 쉽게 말해서 앞서 말한 핵심 광고 서비스가 아닌 비 광고적인 서비스에 대한 약속이다.
즉 자기들을 입찰에서 선정을 해주면 이런 걸 별도로 해주겠다는 거지.

자 이게 자기 돈으로 하는 거면 문제가 없다
예를 들어 마케팅 조사를 무료로 해주겠다던가, 매체 수수료를 깎아주겠다던가, 자기네들이 갖고 있는 광고주들과 공동마케팅을 이렇게 추진하겠다던가, 아님 인당 1천만워짜리 해외 광고제에 보내주겠다던가...

근데 거기에 그 대행사 자체의 재원과 노력이 아닌 인하우스 모기업의 지원이 들어가는게 문제라는 거다. 가령
자기 모기업에서 쓰는 IT 서비스를 너네 걸로 바꿔주겠다,
모기업 매장에 입점시켜주겠다,
모기업에서 쓰는 렌트카를 너네로 바꿔주겠다,
모기업 매장에 있는 상품 디스플레이에 너네 광고를 넣어주겠다,
모기업 대리점에 있는 정수기를 모두 너네 걸로 바꿔주겠다,
모기업 공장에 납품되는 간식용 우유를 너네 걸로 바꿔주겠다
모기업 매장 앞의 옥외광고를 무료로 게제하게 해주겠다 등등

무지몽매한 무리는 "이것도 실력이다", "광고주 입장에서 당연히 고려되는 거다" 라고 주장하기도 하는 이런 대행사 자체의 노력이나 재원이 아닌 모기업의 재원이나 햬택이 필요한 이 "약속"이 왜 공정하지 않으냐면,

우선 이 건 대행사의 실력이 아니라 모기업의 실력이자 그들의 의사판단이 들어가야 한다는 거다. 
그렇다면 입찰에서 정확하게 콘소시엄을 짜서 와서 정확하게 삼성그룹+제일기획 vs. 현대자동차그룹 + 이노션 이렇게 경쟁을 하던지...

그래도 이런식으로라도 서비스 받는게 좋다고? (이런 바보 같은 광고주들 참 많지...)
두 번째는 이런 약속들이 사실 제대로 지켜지는 경우가 없다는 거다.
입찰에 보통 3주의 시간을 주는데 199%는 모그룹에서는 이런 약속을 어느 기업에 자기네 인하우스 대행사에서 한다는 거 자체를 아는 경우가 없다.
보통 인하우스 대행사 사장이 모그룹의 주력 계열사에서는 전무급 정도의 위치인 경우가 많은데, 사전에 이런거 조율하고 들어갈 정도로 힘쎈 사람 거의 없다.
대부분은 기획팀 담당자리에서 "안되면 어쩔수 없고, 되면 그 때 생각하면 되지" 하고 우선 입찰에서 이기고 보자는 식으로 집어 넣고 보는 거지.
내 경험상 보통 지켜지는 걸 거의 본적이 없다.

그래서 만일 안지켜지면?
광고주는 지랄하겠지만, 그동안 어영부영하면서 매체비 따먹으면서, 나는 우선 개발했으니까 위쪽에다가는 인정 받고 가겠다는 거지. 나중에 술 사주고 무마하면서...

만일 입찰 과정에서 그 대행사가 제안한 아이디어도 좋고 서비스도 좋으면 상관없지만, 문제는 보통 이런 식으로 이긴 곳들은 말이야, 아이디어는 별로인 경우가 많거든. 그러니까 이런 거 제시하는 거지...
전에 이야기 한대로 우리 나라 광고주들도 대부분 광고 성과에 대해서는 무책임하니까 우선 위에다가 보고하기 좋으니까 이런 서비스 있는 곳을 고르고, 또 대부분 인하우스 큰 곳들이니까 대충 나중에 안 다시 받으면 되겠지 하고 생각하고 진행하는 거지.

그래서 말이야 만일 입찰 과정에서 다른 독립 대행사가 아이디어는 더 좋았는데, 이런 서비스가 없어서 진다면?

사실 그 어떤 서비스도 그 해당 금액을 다 합쳐도 정작 광고 입찰의 과제였던 수십억짜리 광고 매체비만큼 되는 서비스는 없다.
즉 정작 중요한 것은 그런 서비스가 아니라 입찰 공고문에 나온 수십억짜리 광고 매체비를 집행할 광고아이디어다.
그게 입찰의 본질이었고 그러니까 광고주의 업무와 광고주 브랜드의 판매를 위해 중요해서 입찰을 붙인 거라는 거다.

결국 대부분의 경우 서비스는 서비스대로 못받고, 정작 중요한 (광고주들은 무관심한) 수십억짜리 광고 아이디어는 서비스에 가려진 이상한 아이디어가 나가는 바람에 브랜드는 브랜드 대로 망가진다는거지.

무지몽매한 무리들... 그러면 이건 경쟁의 평가가 공정한거냐?

이런게 실력이라고?
무지몽매하니까 가르쳐 줄께.

만일 모기업에서 이런 거 허용을 했으면 공정거래법상의 "부당 내부자 지원"이 된다.
원칙적으로 같은 그룹에 속해 있다고 해서 당연히 그 계열사와 거래를 하면 안되고 같은 계열사라고 해도 그 회사랑 하는게 우리 회사에 유리하던가, 적어도 다른데와 똑같다를 입증해야 공정거래법에 걸리지 않는다.

하나의 예로 만일 똑같은 제작비를 계열이 아닌 외부 광고주보다 모그룹 회사에다가 더 많이 청구하면 공정위에서는 모그룹 회사에서 인하우스대행사에 부당하게 그 금액만큼을 지원해줬다고 본다.
반면 거꾸로 모그룹 회사에다가 적게 청구해도 반대로 공정위에서는 인하우스 대행사가 모그룹에 그 금액만큼을 부당하게 지원해줬다고 본다.
특히 만일 그 과정에서 인하우스 대행사와 모그룹 회사에 지분/직책이 있는 오너 일가가 이를 알고 지시했다면 배임도 된다. 자신의 위치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다른 회사에 그만큼의 혜택을 주도록 지시했다는 거지.

자 "약속"으로 가보자.

왜 모그룹에서 멀쩡이 잘 있던 정수기나 렌트카를 인하우스 대행사가 유치해온 광고주 제품으로 바꾸어야 하고, 왜 그동안 다른 곳에 임대해주던 매장을 그 광고주가 입점하게 해줘야 겠냐?
아까 이야기 한대로 거기에도 이미 대부분 거래하던 곳들이 있을 텐데 그럼 기존 거래선보다 더 좋거나 더 싸거나 해서 모그룹에도 도움이 된다는 걸 입증해야 할텐데...
그정도면 인하우스 대행사 손 안빌려도 진작에 들어갔겠지... 그리고 광고주 입장에서 뭐하러 싸게 해주겠냐? 광고주는 댓가로 들어가는 건데, 그보다는 돈 벌어야지...

아까 이야기 한대로 같은 그룹 소속인데 모그룹 회사에서 손해봐도 인하우스 대행사에서 돈 버니까 결국에는 같은거라고?
그게 실정법 위반이라는 거다...

오케이?
 
 
 
 
 

8. 경쟁의 평가가 공정하지 않은 경우가 너무 많다. (3부)


이렇게 경쟁의 평가가 공정하지 않은 경우는 광고주나 대행사나 모두 쉬쉬하기 때문에 사실 소문으로만 혹은 추측으로만 그랬다더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동시에 작은 대행사나 신생 대행사의 경우 실력으로 이겨도 정치로 이겼다는 오해를 받는 경우도 많이 있다.
예전 20세기 말에는 심지어 웰콤이 전부다 로비로 따간다는 오해와 질시를 받은 적도 있었지
때문에 여기서 이야기하는 사례들도 정말 사실이 그랬다는게 아니라 그런 소문이 난 경우들이라는 점을 유념하기 바란다.

이야기를 하면 정말 끝도 없겠으나 몇가지 유형들만 이야기를 하면,

정권 바뀌면 금융계 수장들이 많이 바뀌는데, 신기한게 그럴 때 또 대행사들이 따라서 많이 바뀐다.
지난 정권에서 잠깐 본 것 중에는 유난히 학연에 의한 변화가 참 많이 있더라고.
그닥 크지도 않은 대행사가 대한민국 대표 금융회사를 복수로 대행한다는게 참....
결국 이런 변화가 생긴다는 것 자체가

개인적으로는 지난 정권 때 부패지수 내려간 것을 이런 광고판의 부패로 정말로 체감 많이 했지만, 그렇다고 이전 정권 때에도 이런 구설수가 없었느냐는 절대 아니다.
대선 후보 진영에서 공 세우시고 청와대 가셨다가 광고회사 차린 첫 해에 거대 브랜드 광고 따낸 사례 보고 광고판에서 참 말도 많았지.
그 분은 개인적으로는 능력도 있으신 분이었으나 어쨌거나 그 후에 돈 잘 버신걸로 알고 있고.

그렇게 공정하고 엄정해야 하는 금융이나 통신들도 그러한데, 주인 없는 곳들은 더하겠지?

예를 들어 주인이 없는 모 브랜드의 경우에는 늘 그렇게 공정하게 외부 인력으로 심사를 하는 유명한 곳인데,  늘 CEO가 바뀌면 대행사도 바뀐다.
대행사 입장에서는 다음 번 CEO가 될만한 양반에게 사전에 줄을 대놓고 관리를 하다가 입찰이 붙으면 외부심사인원 정보를 받아서 그 쪽에도 로비를 하는거지.
그런데 언젠가는 복수의 대행사가 선정이 되었는데 그 이유가 그 복수의 대행사들이 CEO외에 홍보실장이라던가 다른 임원들의 줄을 잡은 상황이어서 도저히 지들끼리 양보가 안되더라는거지.
그래서 결국 각 임원급에 줄댄 대행사들을 모두 대행사로 선정하여 품목별로 나눠주었다는 웃지못할 이야기가 업계에 쫙 퍼졌다.
그 외에, 뭐 홍보 담당자에게 쏘나타를 리스로 제공해서 나중에 땄다는 이야기도 있고, 홍보 담당자의 아들을 어디에 출연시켜주는 걸로 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하지만 가장 일반적인 경우가 아마도 학연과 지연, 인연 뭐 이런거 아닐까 싶다.
대표적인 사례가 모 거대 IT의 경우 대행사 임원과 뭐 예전에 하숙을 했다던가 하고, 그 다음번에 바뀐 임원하고 대행사 사장하고 고등학교 동창지간이었다지?
조그맣게는 홍보실장하고 고등학교 동창끼리 입찰 붙여서 가져가는 경우도 봤고

또 인하우스 같은 경우들은 모그룹과의 거래 관계로 이득을 보려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모 금융의 경우였는데, 거대 그룹과의 갈등으로 거래가 중단될 위기에 처하자 다각도로 화해를 모색하다가 그 중에 하나로 광고를 그 쪽에다 주기로 한거지.
인하우스들에는 그룹 오너 일가의 지분이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으니.... 마치 국회의원 출판 기념회에서 책사는 것하고 비슷하겠지?
자, 그건 지들의 문제니까 그렇게 하라고 하던가. 그건 상관이 없는데 왜 그걸 다시 입찰에 붙여서 하냐는거지. 그냥 수의 계약 하던가, 왜 불쌍한 다른 대행사들 들러리 세워서 판은 크게 벌리고 나중에 무릎을 탁 치게 만드냐는 거지...

지들도 공정하지 않은 거라는 걸 아니까 그렇겠지만 문제는 지들은 비용이 하나도 안들겠지만 들러리 선 대행사들은 짧게는 2~3주, 길게는 4~6주 동안 인원 투여해서 야근 시켜고 외주처 써서 애니매틱 시안까지 만드는 엄청난 비용을 써야 한다는 거다. 이렇게 들러리 세우는 놈들 중에서 리젝션 피 줬다는 이야기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 왜? 지들 입장에서는 어차피 짜여진 각본인데 굳이 왜 돈을 써야 되냐는 거겠지?

이렇게 들러리 세우는 경우는 뭐 현업에 있는 광고인들 몇 명만 모이면 밤새도록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정말로 많이 있다.
그리고 내 우려는 이러한 경우가 지난 정권부터 더 많아졌고 (꼭 정권과 연관되어서가 아니라 아마도 사회의 분위기가 그렇게 흘러가서 그런 듯) 가뜩이나 어려워진 광고판에서 시정될 기미가 안보인다는 점이다.

자 그렇다면 두 번째로 경쟁의 평가가 공정하지 않은 경우인 바로 "약속"에 관해서 한 번 이야기 해보겠다.

예를 들어 들러리를 세운 입찰은 아니었는데, 한 인하우스 광고대행사가 모기업을 동원해서 광고주에게 우리를 선정해주면 모기업에 납품 혹은 혜택을 주겠다는 "약속"을 한다고 쳐보자.

그럼 이 것은 공정한 것인가?
일부 어리석은 광고대행사 직원들은 "이런 것도 실력" 이라고 주장하고, 광고주도 "이런 것도 대행사의 서비스다" 라고 생각을 한다.

틀렸다.
이 것 역시 공정한 경쟁의 평가가 아닌데다가 심지어 공정거래법상 부당 내부자거래 혹은 상법상의 범죄인  배임이 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7. 경쟁의 평가가 공정하지 않은 경우가 너무 많다. (2부)

 
공정하지 않은 경쟁의 문제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인데,
하나는 사전에 미리 대행사를 정해놓고 들러리를 세우는 입찰을 진행하는 경우와
광고 입찰에서 광고 시안이 우수하냐가 아니라 대행사의 "서비스"가 기준이 되어 선정되는 2가지 유형이다.
(아마 두번째에 대해서는 비광고인은 저게 무슨 소리인가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광고인중에서 "그것도 실력이다" 라고 생각하는 어처구니 없는 무리도 있을 것이다. 다 후벼주마)

우선 들러리를 세우는 경우는 유형이라고 해서 뭐 특별할 건 없다.
그보다는 어떻게 하면 이게 들러리를 세운 짜고 치는 판인지를 구별해 내는게 중요한데 내가 본 경우에는 주로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공정성을 오히려 강조하는 쪽으로 가는 경우가 참 많았다.
나만의 견해라기 보다는 업계의 상식이 되버린 들러리 세우고 짜고 치는 판을 감별하는 방법은,


1. 나라장터에 나온 거 정말 믿을 거 없더라 -

나라장터에 가보면 온라인으로 모든 입찰이 "투명"하게 나오는데 중요한 건 화면으로 보이는 건 투명한데 그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모 금융권의 경우였는데, 사전에 다 조율한 대행사가 있었지만, 형식상으로 투명하게 보이기 위해서 나라장터에 띄운 거지.
각 대행사마다 담당이 있어서 매일마다 체크를 하니까, 뜬 거보고 구름때 같이 모였는데, 가보니 1주일 안에 애니매틱 시안 2개를 제출하라는 과제가 나온거지.
애니매틱 시안 만들려면 만드는데만 3~4일 걸리는데, 그 전에 그 브랜드 공부해서 제작팀과 회의해서 기획 방향 확정하고 거기에 따라 제작팀 아이디어 열심히 내서 시안 만드는데도 아무리 빨리 잡아도 2주일은 걸린다는 거다. 보통은 그래서 3주를 주는데, 1주일안에 하라는 건 이미 "소통"한 선수는 뛰고 있었다는 거지...
겉으로 보기에는 나라장터에 띄워서 아무나 오라고 했고, 모든 회사에게 동일한 조건을 제시했으니 공정해 보인다는 거지.... "나라장터" 코스프레 되시겠다...


2.  1위부터 30위까지 무조건 다 부르는 경우

뭐 경쟁사를 하든 안하든, 그 회사에 누가 있든 말든, 잘하든 말든, 다짜고짜 순위대로 부르는거다.
아무리 광고 한 번 안해본 사람이라고 해도, 그런 식으로 일을 하지는 않는다. 이건 그냥 나는 잘 모른다고 고백하는거나 다름없고 조사 안해봤다고 자백하는거에 다름 아니거든.
심지어 외국에서 온 외국인도 그렇게는 안하고 우선 한두군데라도 소개 받아서 어디가 잘하고 어떻게 입찰을 하는 지 스터 디도 해보고 진행을 한다.
결국 이런 경우 의심이 되는 것은 이미 짜 놓은 판이 나중에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해서 밖에서 봤을 때 최대한 공정하게 보이도록, 그래서 감사 나와도 문제 없도록 한다는 거지.
물론 반드시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부른다고 해서 다 좋아할건 아니라는 것 자체는 분명하다.
추천을 받았다면 반드시 누가 추천을 했는지 확인을 해봐야 한다는 거지.


3. 공정하게 한다고 외부인력으로 심사단을 꾸린다는 곳들

보통 광고홍보나 경영, 경제 등의 관련 학과 교수들이 주로 많이 동원이 되어 심사를 진행한다고 하면서 "대대로" 공정하게 하는 곳들이 있는데, 결론적으로 이런 곳들이 더 하더라는 거지.
자기하고 일할 곳을 외 다른 사람보고 뽑으라고 하는데? 외국 어디에서 이렇게 하더나? 대학생 광고 공모전도 아니고...
신입사원은 그렇게 안 뽑으면서 왜 광고대행사는 그렇게 뽑는거지?
이해관계가 없는 외부인력으로 공정하게 하겠다고 생색 내고 강조할 수록 뒤가 구린 것 같은 의심이 드는 것은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다 입증이 되서 그런거다 
아닐 것 같다고?
비슷하게 대학교 교수들 데리고 심사 하는데가 바로 공기업의 건축과 설계 부분인데 네이버 쳐봐라, 이런 과정 속에서 정말 공정하게 선정이 되는지, 아니면 뇌물받고 구속되고 로비하는 기사가 더 많은지.
물론 아닌 분들도 있고 아닌 곳들도 있고 일부 경우가 그런 불공정한 경우겠지 (라고 100% 확신할 수는 없으니까 예의상 붙인다)


4. 브로커가 있는 것으로 소문이 난 곳들

브로커란, "내가 여기에 누구를 아니까 광고를 줄터이니, 그쪽에도 인사를 해야 하고... 수수료의 몇%를 나에게 다오" 라고 하는 양반들이다.
지난 정권에서도 참 많이 있었는데, 주로 공기업, 금융, 인하우스 없는 재벌그룹 뭐 이런 쪽에 많이 있더라고.
경험상 브로커 = 사기꾼인 경우도 많이 있는데, 특히 선금으로 돈을 달라고 하는 경우에는 사기꾼인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뭐 브로커라는게 무슨 자격증이 있거나 증명서 발급해주는 것도 아니니까, 결국에는 대행사 쪽에서는 믿고 가는 수 밖에 없는 거지.
개인적으로는 그런 쪽 브로커보다는 차라리 특정 사기업에서 직접 임원이나 CEO와 연결이 되어 소개시켜주는 경우가 더 믿을만 하다고 생각하는데, 문제는 그 브로커와 이을 안한다 하더라도 나주에 그 광고주의 입찰이 나왔을 때 고민이 되는거지. 당연히 다른 데가 손 잡았을 수도 있는거고, 이런 브로커가 횡행하는 회사라면 그 기업문화 역시 공정하지 못할 테니까.



5. 들러리 세운 경험이 있는 광고주들

당연하지.
전과자들인데.
그런데 여기서 헷갈리는 경우가 생기는게, 과거 그런 전과가 있던 광고주 회사인데, 사람이 바뀌었다고 들었을 때다.
개발하나 하는게 얼마나 어려운데, 그렇다면 한 번 시도해보겠다고 용기를 내는 경우가 사실 맞기는 한데, 그래도 객관적으로 보면, 한 번 손탄 곳은 그렇게 기업 문화가 되어 있다고 봐야 하는게 맞는 것 같다.
즉 임원이든 실무든 누군가가 입김을 넣었을 때 작용이 가능한 문화와 조직이다보니,
인사 발령으로 그런 사람들이 바뀌어도, 이 좁은 서울 하늘 아래에는 바뀐 누군가도 늘 자신이 아는 사람이 다니는 혹은 아는 대행사가 있거나, 아니면 처음에는 몰랐지만 입찰이 진행되면서 인맥, 지연, 학연으로 선이 닿는 경우가 있다고 보는게 맞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것은 공정성이 생명이어야 할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기업들일수록 이런 경향이 크다는 거다.
대표적으로 광고 많이 하고 우리 나라에서 가장 선진적이고 공정한 기업문화를 갖고 있어야 할 금융이나 통신 같은 업종들도 나중에 알아보면, 다 학연과 인연으로 메이드 (made) 된 판에 들러리 세우는 경우가 참 많더라는 거다.  그런 선진 거대 회사들의 공통점은 딱 하나, 바로 그 줄이 굉장히 높이 있다 (회장, 사장, 부행장 급 등) 는 것 하나뿐이고, 나머지 제조업들 이야기를 하지 않은 이유는 그 회사들은 대부분 인하우스 대행사를 갖고 있어서 그런 판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6. 정치로 유명해진 광고대행사들이 들어가 있는 판

내가 보는 관점에서는 대한민국 90%의 광고대행사들이 정치 - 광고주에게 학연, 지연으로 줄을 대서 공정한 경쟁이 아닌 자기에게 유리하게 판을 만드는 일 - 를 할수 있는한 한다.
그런데 업계에서 정치로 유명한 대행사들은 대부분 작은 회사 이야기를 많이 한다.
큰 회사들은 안한다고? 모두 실력으로 딴다고? 천만에 말씀!
오히려 큰 회사일수록 인연이나 지연, 학연, 심지어는 모그룹의 인맥과 사업 관계를 동원해서도 연결할 수 있는 끈이 더 많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한다.
다만 실제로 그렇게 따도 사람들이 "아 거기는 크고 실력이 있으니까"로 필요없이 친절하게 이해를 해주기 때문이다. 

반면에 작은 회사들은 광고주를 따도 "아니 그렇게 작고 실력도 없는데에서 딴 걸보니 이건 정치군" 이렇게 단정적으로 이해를 해주는 경향 때문에 작은 회사가 더 두드러져 보일 뿐이다.  
그리고 실제로 광고대행사 직원들도 입찰 결과 자신들보다 작은 회사가 따면 (자존심 때문이라도) 다 그렇게 단정하고 위에다 보고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모 기획, 모 월드와이드, 모 애드 다니시는 직원들은 왜 정기적으로 자신이 알고 있는 인맥을 적어내라고 하겠냐고.. 그걸 회사에서 알아서 어떻게 하려고?)

다만 여기서 이야기하는 정치적으로 유명한 광고대행사들은 그 회사의 경영자들이 그 쪽으로 스타플레이어가 되어 소문이 많이 나는 경우들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이 정도만 이야기해도 업계에서는 상식적인 회사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그 회사가 들어왔다고 하면 우선 광고주 회사들에서 어떻게 연결이 될지에 대해서 모든 정보력을 집중해서 파악하려고 노력을 한다.
맞다면, 한 번 다시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게 되는거지.

 
 
 
 

6. 경쟁의 평가가 공정하지 않은 경우가 너무 많다. (1부)

 
아..

이건 정말이지...

경쟁이 많으면 피곤하지만
그나마 그 경쟁이 공정하지 않아서 들러리 서서 지거나
"안은 좋았는데 서비스가..."로 지게되면
멘탈이 붕괴되면서 "뭐하러 이 짓을 하나" 하는 업에 대한 짙은 허무감이 든다.

연속으로 당하면 개인적으로는 무능력해서 그런 것도 구별못하는 팀장/임원으로 찍히고
회사 전체적으로는 입찰에 든 비용이 문제가 되면서
조직 내부적으로도 패배주의 및 사기 저하로 한동안 슬럼프에 빠지게 된다.

경쟁의 자주 있는 것은 그렇다고 쳐도
공정하지 않은 것은... 한마디로... 잘못된거다... 도덕적으로도 틀린거다...

그런데 요즘에는 단언컨데 이렇게 짜고 치는 판이 너무 많아서 그렇지 않은 판을 찾기가 더 힘들 지경이다.
차라리 작은 사기업이야 그럴 수 있다지만, 특히 공정해야 할 공기업이나 협동조합, 굴지의 금융회사들이 더 난리어서 이런 판에는  끈없이는 참여하는게 무모할 지경이다.

우리 나라에 광고 입찰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더 자주 있다는 점을 첨 들은 광고대행사 사원 대리들도 아마 "짜고 치는 판의 들러리"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위해 분주하게 전화기를 돌리는 팀장들의 모습과, 끝나고 나서 "아 이런게 있었네" 라고 무릎을 치며 한탄하는 임원들의 힘없는 모습은 종종 봤을 터이다.

물론 여기에도 조금의 과장은 있는데, 보통 자기보다 더 작거나 다른 사람들이 "아 거기 별로인데 졌네?"라고 이야기할만한 회사에 진 경우 그 결과의 정당화를 "정치적으로 결정되었다" 라고 믿고 보고 하는 경우가 많이 있기도 하다. 

사실 이 문제의 원인은 내가 보기에 3가지다

가. 원칙적으로는 고질적인 우리나라의 부패 문제 -
과정보다는 결과가 중요하다는 결과 지상주의에 부페에 대한 인식이 약하고 처벌이 없는 문제. 며칠 전에 나온 기사를 보니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국가별 부패인식지수에서 우리 나라가 3개년간 연속으로 계속 순위가 하락해서 전체 177개국 중 46위, OECD 34개 국가중에서는 27위에 머물렀다고 한다. 내 생각에도 최근 3년간 계속 광고판에서의 부패도 더 많이 퍼진 것이 맞다.

나. 중앙집중적인 연고지상주의 -
케빈베이컨 놀이라고 아는지? 미국에서는 전혀 모르는 사람끼리 6명을  거치면 이어진다는데 몇년전 조선일보에서 우리 나라에서 했던 테스트에서는 4명이면 연결이 되었다. 그만큼 우리 나라는 한마디로 중앙집중적으로 인맥이 구성되어 미국보다 훨씬 더 인맥을 대기가 쉽다는 거겠지. 거기에 공정성에 대한 의식 없이 아는 사람끼리 도와줘야지 라는 연고 지상주의가 결합되어 그야말로 부패가 퍼지기 쉬운 구조인것이다.

다. 광고에 대한 전문성이 결여되어 책임 소재가 불투명한 한국만의 상황 -

몇 번 걸쳐서 나올 문제인데, 미국과 비교해서 우리 나라의 독특한 광고 행태중 하나가 광고주의 비전문성이다. 주로 재벌기업의 경우에는 순환보직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광고와 상관없던 사람이 갑자기 광고 업무를 맡는 바람에 2년에 한 번씩 광고대행사가 광고주에 한국광고시장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을 준비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내가 본 경우 중에서는 (아주 큰 대표기업인데 ㅎㅎㅎ) 모 제조업 의 경우 한 8년을 해외 마케팅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을 수고했다고 승진시키면서 연구소장으로 보내는 것을 보기도 했다. 다음 후임자는 공장에서 오더군.
동시에 광고 시안에 대해서 그 바쁘신 회장님과 사장님이 친히 결정을 하기 때문에 밑에 실무들이 역시 결정권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게 "내가 한 결정도 아니고 내가 앞으로 내 커리어를 걸고 할 일도 아니다" 보니, 광고 캠페인의 성과에 대해서도 다들 무심하다.
광고의 성과를 측정하는 것이 매우 힘들기는 하지만, 그 흔한 트랙킹 조사도 안하고, 광고 효과조사는 대부분 대행사와 짜고쳐서 실무 광고주들이 일을 잘했다고 입증하는 자료로 쓰일 뿐, 대부분의 광고평가는  회장님이나 사장님의 "아, 내 주변에서 이번에 광고 괜찮다고 많이 하더라고..."이 가장 결정적이다.
자, 그렇게 책임 소재가 불투명하다면, 굳이 엄정하게 경쟁해서 정말정말 우리 일 잘해줄 놈을 꼭 고를 필요도 없는거지.
어차피 광고 안해본 내가 보기에는 다 그놈이 그놈 같고 입으로는 다 잘해주고 잘 할거라고 꾸벅 죽을 것 같이 하는데,  어차피 그렇다면 위에서 찍어 내리는 업체 해주고, 내가 아는 친구가 소개시켜주는 업체 해주면, 대한민국에서 직장생활 하면서 "아는 놈 도와줘서" 공덕 쌓고, 나한테 도움 받은 그 업체로부터 "공덕" 받아서 좋은거지... 앞으로 계속 내가 할지도 모르고, 시안도 회장, 사장이 결정할텐데....
이게 다 현대 한국 사회를 사는 직장인의 처세술 아니겠어?

근데 그 경쟁 이라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는 형식상으로는 문제가 되니, 들러리 업체 세우고 경쟁 입찰을 안할 수는 없다는 게 문제다.
그 광고주의 문제가 아니라 그런 속 사정을 알길 없이 "들러리" 설수 밖에 없는 다른 대행사들의 문제라는 거다.

 
 
 

2014년 2월 13일 목요일

5. 경쟁의 평가가 필요 없이 자주 있다 (下)

 
그럼 이러한 문제에 대해 광고주만 욕할 수 있나?

광고대행사에 다니는 내가, 당신이, 우리 선배가, 우리 후배가 다 지금까지 개발리스트 만들어서
광고 잘하고 있는 광고주 회사 다 인맥 잡고 찾아가서
아, 소개 받은 누굽니다 라고 인사하고
한번만 기회를 달라고, 1년에 한 번씩은 입찰 해서 평가하는게 맞는거라고, 2~3년 했으면 이젠 변화를 줄 때가 되었다고,
소개 해준 사람한테는 좀 이야기좀 잘해달라고 하고
기회를 주시면 뭐 서비스를 이렇게 해주고, 리베이트를 이렇게 주겠다고 
꼬시고 다녔쟎아?

이게 다 영업하는 거라고?
영업이 어쩔 수 없는거라고?
미국에서도 각 대행사마다 지인 정보 만들고, 그룹 임직원 통해서 청탁하고, 명절때마다 선물보내고, 그룹에 납품하는 조건으로 딜을 하고 그럴것 같냐?

다 자업자득이다.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는 아이디어를 내는 형이상학적인 서비스를 내는 광고대행사를 잘 부려 먹는 방법이 바로 주인의식과 동기부여를 통해 열심히 하게 만드는 거라고 현명하게 판단하는 거고,
광고 산업이 너무나도 미개하여 International Business Practice 하고는 안드로메다만큼 거리가 있는 광고계의 갈라파고스인 대한민국에서도 광고주는 나름 현명하게 대행사간의 과열된 경쟁 및 인하우스 물량에서 나오는 넘치는 잉여 자본을 자신들을 위한 서비스로 활용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택했을 뿐이다.

그리고 내 생각에는 적어도 앞으로 20년 동안은 이런 관행이 절대로 안 바뀐다고 본다.  
(이 점도 나중에 다룰 예정이다)

내가 지은 죄를 생각하고
앞으로의 변화 가능성이 없을 거라고 생각이 되기 때문에
종합광고대행사에 다니는 나의 삶은 허무하고 피곤한거다.

하지만 광고주가 이 글을 본다면 한 번씩 생각해보라,
과연 1년마다 입찰을 붙이는게 정말 좋은 건지를...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면 다음 번 입찰을 할 때는 대행계약 기간을 2+1로 해라
2년간 하고 잘 하면 1년 더 연장 후 계약서 갱신으로 하면 된다.
그리고 매년 Agency Evaluation을 통해서 평가하여 점수에 따라 대행사 교체를 할 수도 있다고 해라.

그러면 당신의 브랜드에 익숙해진 인력이 주인의식을 갖고 당신의 광고를 만들어주게 될 것이며, 당신의 브랜드와 판매가 발전하면서 당신이 인정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매년 입찰할 거면, 웃기지도 않은 "전담팀" 달라고 하지도 마라
나이 45 넘어서 너네 회사 전담팀했다가 1년후에 짤리면... 어쩌라고?

웃기지 말라고?
광고대행사 경쟁하는거 당연한거고, 1년후에 지면 실력이 모자란 건데 그것까지 책임질 수 없고, 하는 동안에는 최선의 서비스 받는게 당연한 거라고?

그럼 너도 1년마다 한 번씩 경쟁해서 월급 달라고 너네 사장한테 이야기 해라...
그 일만 전담을 하는 거니까, 니가 제일 유리하겠네... 불만없지?
짤리면 실력이 없는 거니까 회사 탓은 하지 말고...

오케이?


4. 경쟁의 평가가 필요 없이 자주 있다 (中)


긴 말 없이 광고를 우리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해온 미국은 어떨까?

미국은 보통 3년을 계약 기간으로 한다.
대신 매 해마다 Agency Evaluation을 하면서 대행사 서비스에 대한 피드백을 주면서 쫄건 쪼고 사람 바꿀 건 바꾼다.
(이거 당연한건데 우리 나라에서는 이런 프로세스를 거쳐본 적이 별로 없지.. 왜냐면 인하우스는 평생 안바꾸고 비계열 광고주는 1년에 한번씩 바꾸던가 아니면 경쟁입찰을 해도 아무 이유 없이 하니까)
하지만 대행사 교체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하게 판단하는 편이다.

거기에는 3가지 큰 이유가 있는데


가. 우선 돈과 시간이 든다.

국내 로컬에서만 근무한 광고대행사 직원들이 들으면 놀랄만한 뉴스일텐데 전 세계에서 경쟁입찰을 하면서 리젝션피를 주지 않는 나라는 OECD 국가중에서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그만큼 불공평한 갑을 관계인거지.
이 것 같고 두 세 페이지는 쓸 수 있어서 다음에 구체적인 이야기는 하기로 하고,

암튼 미국에서는 피치를 하려면 Agency Search 하는데 시간이 들고 (이 것도 전문 대행사에 맡기는 경우도 많이 있다) 이후 Short list에 올라서 OT를 하면 보통 3개월의 시간을 주고 참여 대행사에 대해서는 Rejection Fee를 주기 때문에 쉽게 말해서 시간도 들고 돈도 들어서 함부로 연례행사처럼 입찰을 하겠다는 생각을 못하게 된다.
우리 나라? 보통 2~3주 주고 Rejection Fee도 없고 입찰 열면 잔칫집 분위기에 일 열심히 한다고 칭찬도 받으니 그야말로 맘만 먹으면 퀵 서비스 업체 바꾸는 것처럼 바꿀 수 있다.


나. 대리 비용이 발생한다

대행사를 바꿨다고 치자.

새롭게 그 브랜드 공부하고 광고주 쪽 분위기와 문제점 파악하고, 거기에 다시 광고주쪽 성향까지 파악해서 제대로 결과물을 내려면 아무리 머리 좋은 회사라도 분명히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기간 동안에 몰라서, 익숙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시행착오는 필수 불가결할 거다.
미국에서는 이렇게 익숙해지는 기간 동안 100% 대행사의 역량을 쓰지 못하고 학습시키는데 들어가는 시간도 다 대리비용이라고 판단한다.
동시에 새롭게 대행사가 정착해서 제시하는 시안이 과연 시장에서 효과가 있을까에 대해서 장담할 수 있을지에 대한 Risk도 큰 고려 요소가 된다.

그럼 우리 나라 대행사는 미국 대행사보다 머리가 좋아서 그런 기간이 필요 없을까?
그게 아니라 우리 나라의 경우 대행사 교체 및 시안 결정에 이상하게 사장 회장들이 직접 관여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문제는 이런 높은 양반들은 그런 문제에 대해서 전혀 무지하거나, 밑에 실무자 넘들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하거나, 혹은 새로운 파트너 만나는데 설레여서 뭐 어쩔수 없지 라고 생각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그렇다.

그 결과 우리 나라에서는 한 브랜드가 잦은 대행사의 교체에 따라 메시지와 브랜드의 Tonality가 일관적으로 가지 못하고 보통 미친년 널뛰기 하듯이 바뀌는 바람에 일관된 소비자 인식상의 이미지를 만들지 못하고 그전까지의 브랜드 투여 비용을 0으로 만들어버리는 낭비가 너무나도 자주 발생한다.


다. 광고주 평판에도 문제가 생긴다.

미국에서 광고대행사를 그래도 어느정도로 파트너로 인정하냐면,
보통 Fee로 계약을 하는데 연말에 광고주 회사 직원들한테 보너스를 줄 때 Fee로 계약을 한 광고대행사 직원들도 보너스를 같이 주는 경우도 많이 있다.
(이게 계약서에 들어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없는 경우에도 챙겨준다는 말이다)

꿈 같은 일이지?
내가 봤던 유일한 케이스는 2002년에 TBWA에서 그 전설적인 Be The Reds! 캠페인 하고 SK에서 1억을 직원 보너스라고 받은 후 거기에 다시 회사에서 1억 더 보태서 나눠줬다는 훈훈한 이야기와 1억까지는 아니고 기분상 몇 천 나누어 줬다는 이야기 1~2개 더 들은게 전부다. (잘 기억이 안나네)

이런 관계에서는 만일 대행사가 일을 못해서 교체를 해야 한다고 하면 보고를 한다고 패보자. 위에 경영진은 그러면 "그럼 실무 광고주인 너도 그 동안 잘못을 해서 브랜드 관리에 낭비가 발생했구나"라고 논리적으로 인식하게 된다는 거지.  이런 상황에서 "거긴 2~3년 했으니 바꿀 때가 되었습니다" 라고 할 수 있겠냐?

더 웃긴건 우리 나라에서 Fee로 계약을 하면 다음 해에는 물가 상승율만큼 당연히 올려줘야되는데, 오히려 깎는다고 한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매년 계약하는데 비용을 절감했다고 위에다가 보고해야 자기가 살 수 있으니까...
(입장 바꿔서 생각해보자... 니가 Fee로 국내 광고주 일을 열심히 하는 대행사 직원이라면... 아무리 열심히 해도 내년에는 연봉이 동결 혹은 삭감이라는 이야기다...)

근데 그런 넘들이 변호사 Fee 는 그렇게 깎는거 못봤다.
 
 
 

3. 경쟁의 평가가 필요 없이 자주 있다 (上)

 
우리나라에서는 그렇게 공정하지도 않은 경쟁 입찰을 보통 1년에 한번씩 의무적으로 하는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 광고주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것이
1. 한 번 광고 하면 사방 팔방에서 다음 번에는 기회달라고 찾아오고 선물 주는 대행사들도 많은데,
2. 입찰하는데 돈드는 것도 아니고
3. 여러 유명 대행사 모아 놓고 입찰하면 그야말로 볼만한 잔칫날 만들어서 내가 위에 유능하게 일하는 것처럼 보여서 좋고
4. 어차피 1년에 한번씩 편성되는 광고 마케팅 예산에 맞춰서 하면 되고
5. 나도 순환보직으로 내년에는 없을지 모르니까
6. 내가 준비하는 것도 아니고 대행사넘들이 고생하는데 매년 입찰해서 자극을 줘야 말을 잘 듣지...

위 문제에 대해서는 역시 하나하나씩 심층적으로 다루겠으나,
어쨌든 위 이유로 우리 나라 광고주들은 경쟁이 최선이라는 착각 속에 매년마다 입찰을 할려고 한다.

대학 때 배운 경제학 개념 중에서 직접 비용과 대리 비용이 있다. 
내가 직접할 때 발생하는 비효율이 직접 지용이고,
대리인을 고용할 때 발생하는 비효율이 바로 대리 비용이다.

광고대행사가 말부터 Agency, 즉 대행사인 것은
광고에 대해서는 비전문가인 내가 직접하는 것보다 전문가인 Agency를 고용하는게 낫다는 판단이 다 서서 그렇겠지?

그런데 경쟁을 자주 하게 되면 대리 비용이 급격하게 증가한다는 것을 전혀 모른다는 거지.

어떤 대리 비용인가 하면,
당신이 치열하고 "공정한" 경쟁을 뚫고 선정이 되었다고 하자.

A. 당신이 아무리 잘해도 그 결과와 상관없이 1년 후에는 다시 경쟁입찰을 한다고 했을 때, 정말 최선을 다할까?
(아니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우선은 대행사의 이익을 극대화 하는 쪽으로 생각을 할까? 입찰에 들어간 비용도 건져야 되니까)

B. 또 한 광고주를 이제 막 맡은 대행사와 한 3년 정도 한 대행사 중 어느 쪽이 더 그 브랜드와 광고주의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익숙하게 해결할 수 있을까?
(누구나 처음 시작하면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하고 자연히 실행 착오가 발생하겠지? 그것도 다 비용이다)

C. 보통은 "공정한" 입찰 당시에 제시한 시안을 그대로 제작해서 온에어하는 경우가 많은데,  광고대행사 입장에서 보면 우선 입찰에 이겨야 되니까 "입찰에 적합한" 아이디어를 내지 않을까?
(한국 입찰 시장에 적합한 아이디어란 바로, 소비자나 시장보다는 경쟁사나 입찰 심사위원을 의식한 광고 시안들이다. 향후 심의에서 문제가 될만한 카피나 팩트를 내세우거나, 역시 향후 실행에서 안될지도 모를 컨텐츠를 내세운다던가, 심사위원단이 여러명의 일반 직원들일 경우에는 모델이나 Song안을 제시한다든지 하는 식의 소위 입찰 전략이다. 이게 꼭 시장이나 소비자가 움직일만한 좋은 광고일까?)

광고주도 바보는 아니어서 처음 시작할때는 "우리는 오래가는 파트너가 필요하니까 열심히 하면 내년에는 입찰없이...." 라는 식으로 꼬시면서 서비스 받아내고 고분고분하게 만들려고 한다.
대행사도 다른 대행사에서 영업 들어오는 걸 알기 때문에, "혹시라도"하는 실낱같은 희망을 담아서 열심히 한다.

그리고 1년 후에는 허무감을 느끼게 된다.
"열심히는 했는데... 그래도 우리가 내부 규정이라든지 분위기상... 윗분들이...."

그러면서 위로랍시고 하는 말은
"그래도 그 회사가 지난 1년동안 해서 제일 잘 아니까 아무래도 유리할테니 열심히 해보세요..."

그게 사실이면 Defending 하는 쪽의 승률이 제일 높아야 하는데
누가 공식적으로 통계를 내본 건 아닌데, 그냥 Defending 이라고 해서 그런 식의 유리한 점은 없는 것 같다.

왜냐면 마치 룸살롱에서 여자 고르듯이 호기심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잘 해주는 조강지처 두고 바람이 난다면 그 이유 역시 호기심 아니겠는가?
이 회사하고는 해봤으니 이번에는 좀 "변화"를 줘봐야지... 여기는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는 거지.
거기에 아무리 대행사를 갈아쳐대도 돈 드는 것도 없고 손해보는 것도 없고, 오히려 각 대행사에서 제시하는 서비스들을 마치 부페 와서 접시에 하나 하나 담아 보듯이 누릴 수 있는 호강도 있다.

그러면 이렇게 경쟁에 의한 평가를 1년마다 해서 갈아쳐 대는 것이 과연 광고주에게 도움이 되는 일인가?
 
 
 

2. 경쟁에 의한 평가가 문제가 되버린 광고계의 문제


 
 요즘에는 모든 회사의 정년이 다 짧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고대행사의 정년이 더 짧게 느껴지는 이유는 아마도 경쟁에 의한 평가가 수시로 이루어지고 거기에 따라 사람들의 이동이 가장 잦은 업종 중 하나이기 때문일거다.
개인적으로 보험회사 빼고 가장 광고대행사가 사람들의 이동이 잦지 않을까 싶다. (그러고 보니 보험회사도 매월 매년 평가하는 것은 광고회사랑 똑같네)

광고대행사에서 팀장이 되면 그 팀을 먹여 살려야 된다.

몇십억씩 하는 광고 계약을 수의로 따오면 그야말로 영웅이 되는데, 그런 경우는 아무리 공덕을 쌓아도 거의 없고,
1년에 보통 4~6회 정도 경쟁 입찰의 기회가 오는데,
보통 5위권 이내의 대형 인하우스 광고대행사는 영업 안해도 초청받는 입찰이 그 정도 되지만, 그것만 믿고 앉아 있는게 아니라 수시로 위에서 제출하라는 비계열 광고주 개발 계획이며 리스트를 만들어서 보고하고 쫒아 다녀야 한다.
하물며 그 외에 잘 초청도 못받는 중소형 대행사의 경우에는 자기 스스로가 부지런히 돌아다니면서 입찰 기회 자체를 만들어 내지 않으면 곧 눈치보이게 된다.
영업을 책임지는 기획팀장들도 그렇게 움직이지만 제작팀장의 경우에는 입찰에서의 승패 하나하나가 자신의 입지와 연결되기 때문에 보통 신경 쓰이는게 아니다.

경쟁에 의한 평가...

뭐 경제 논리에 따르면 하나도 이상할게 없는거다.
공정한 경쟁을 거치면 재화의 가격은 떨어지고 서비스의 질은 높아지고 그래서 광고주도 좋고, 광고대행사는 공정한 기회를 얻을 수 있어서 좋고...
나도 광고대행사 선정할 때 경쟁 입찰하는거가 문제라는게 아니다.
우리 뿐 아니라 다른 업계도 그렇고 다른 나라도 다 그렇게들 하니까...

정작 문제는
1. 경쟁이 경제 원칙을 넘어설 정도로 너무 치열해졌다.
2. 경쟁의 평가가 공정하지 않은 경우가 너무 많다.
3. 경쟁의 방법도 공정하지 않다.
4. 경쟁의 평가가 필요없이 자주 있다.

즉 경쟁의 성패를 떠나 경쟁에서 오는 피로감이 유독 광고대행사에 심하고 나를 비롯한 광고대행사 팀장급 이상 임원들의 우울증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그중 가장 간단하면서 우선 삶의 허무감과 연결되는 것이 바로 4번 "경쟁의 평가가 필요없이 자주 있다"는 것이다.
 
 
 

2014년 2월 3일 월요일

1. 광고인인 나는 왜 우울증에 걸렸는가?

Angry Ad Man Seoul 이라는 제목에서 알수 있다시피

광고는 나에게
여지껏 제일 열정을 바쳐서 한 일이었고,
여지껏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었고,
여지껏 유일하게 사회 나와서 한 일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나에게는 광고에 대한 열정 대신

“참나… 아 광고판 X같이 돌아가네…”
“이게 말이 되나… 어이가 없네…”
“아, 내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최근 2~3년 동안 이런 우울증이 점점더 내 감정을 갉아 먹기 시작했다.

왜 그렇게 좋아하던 일을 하다가 이런 우울증이 오게 되었을까?
내 자신을 들여다 보는 것도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나의 우울증의 원인은 오래하면 할수록 점점 더 보람과 비전이 없어지는 것 때문이었다.

사람이 보람을 못느끼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 노력 혹은 우리의 노력에 따라 결과가 나오는것이 아니더라는 "실패의 경험"이 쌓이면서...
내가 하는 일에 대한 Respect를 받지 못하는 점에 자존감이 상처받으면서...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해온 성과가 매년 초면 택시기사 미터키 꺾듯이 0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을 보면서...
(특히 이거 미치는 거다... 그동안 쌓아온 공덕대로 언젠가는 먹고 살아야 될텐데 그게 아니라 매년 새롭게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더 새로운 광고주 찾아서 영업해야 하니... 마치 끝없는 챗바퀴를 계속 돌리는 느낌인거지)

뭐 이정도면 누구라도 충분히 보람을 느끼지 못할 조건이 되지 않을까?

거기에,
보람이라도 없으면 비전이라도 있어야 할텐데
요즘은 다른 회사들도 다 그렇다고 하지만, 광고대행사 역시 정년이 매우 빠른 편이다.

내가 존경하던 번듯한 대학 나오고 메이저 광고대행사 다니던 선배들이 국장 달고 하나 둘씩 그만두고 보험이나 다른거 팔러다니다가 자리 못잡고 나중에 나한테 돈 꾸는 경우를 보면서 저런 일이 나한테 닥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점을 실감하게 되었다.
뭐 요즘 세상에 평생을 보장하는 직장은 없겠지만,
내 주변의 많은 광고인들은 그저 "폼나는 광고" 한다는 자신만의 만족감으로 야근에 주말근무에 재테크 같은 건 전혀 관심없이 좋은 옷 입고, 해외 여행 가고, 외제차 뽑고 결혼은 늦게 (그것도 자기들끼리) 하고, 정말 대책없이 사는 경우가 많다보니 그 타격이 좀더 크지 않을까 싶다.
 
결국 나는 점점 지쳐갔고 내가 하는 종합광고대행사에서의 광고일에 회의감은 나를 잡아 먹을 듯이 쌓여만 갔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모든게 내 잘못은 아니지 않을까? 정말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도 있쟎아?"
한 업계에만 쭉 있다보니 보고 들은건 좀 있어서 머리 속으로 이러한 문제의 원인이 무엇이라는 것이라는 것에 대한 논리가 계속 쌓이다 보니, 이렇게 한 번은 터뜨려야 내 우울증이 치료되겠다는 생각이 들던 차에 마침 책을 출판한 지인의 경우를 보고 용기를 내서 블로그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 블로그는,
누군가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힐링을 위한 것이다.
따라서 이 글에 대한 공감이나 추천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내 논리와 감성의 배설을 위한 것이며,
아직 현직에 있는 Inside Man이기 때문에 나 자신의 존재는 철저하게 익명으로 남기도록 할 것이다.

다음편에는 대한민국 광고대행사의 구조적인 문제점에 대해 하나씩 이야기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