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약속" 이라는게 경쟁의 평가로서 공정해 보이냐?
그러면 글로벌 스탠다드와 무지몽매한 대한민국 광고인들의 수준차이가 어떻게 나는지를 실감나게 예를 통해 알려줄께.
예전에 무슨일이 있었냐면, 전세계적인 글로벌 브랜드가 우리 나라에서 대행사를 선정하려고 한 경우가 있었는데,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모 대행사에서 이 광고주를 한 번 하려고 보니깐, 우리 나라에서나 날고 기는거지 글로벌 회사들하고는 수준차이가 한 참 나는 거거든.
그래서 뭐라고 했냐면, "우리는 매체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라고 파격적인 서비스 제안을 해보자 라고 생각한거지.
만일 무지몽매한 대한민국 광고주들이었다면 어땠을까? 어서옵쇼! 하고 바로 yes 하고 계약서 도장 찍지 않았을까?
근데 글로벌 브랜드의 광고주들이 봤을 때에는 정말 어이 없는 일이었던거지.
"너희들이 우리 일을 하는데 수익이 없으면... 우리 일을 제대로 해주겠어? 이건 그냥 입찰에서 어떻게든 되고 보겠다는 꼼수 아니야?"
그러니까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모 대행사에서는 "아 우린 모그룹 물량이 많아서 너희들 일은 그렇게 해줘도 돼니까 걱정하지마. 우린 그냥 너희 업종을 해보고 싶어서 그런거야" 라고 대답을 했다지.
거기에 대한 글로벌 브랜드 광고주의 대답은
"아니 너네는 모그룹 물량으로 받은 이익을 모그룹 광고주에다가 안돌려줘? 너네 되게 웃기는 구나... 그럼 모그룹이 물량 줄이면 우리 일 역시 안해주겠네..." 라고 하면서 입찰에서 바로 떨어뜨렸다고 한다.
워낙 우리가 공사에 무관심하게 살아서 그런데, 법인카드로 회사 차량에 기름 넣을 때 개인이 갖고 있는 오케이 캐쉬백 카드로 적립 받으면... 횡령이다.
회사 공무로 출장가면서 쌓인 항공사 마일리지도 원칙적으로는 개인이 쓰면 안되고 다음 회사 공무로 여행갈 때 활용해서 할인 받든지 해야지, 개인적으로 쓰면... 횡령이다.
(이런 이야기를 자신들의 이야기로 하면 잘 이해를 못하면서, 만일 공무원이 이렇게 한다고 하면? 이라고 하면 정말 쉽게들 이해하더라...)
엄밀히 말해서 지금도 모그룹의 계열사 물량으로 덕 본걸로 인하우스대행사들은 외부 독립 광고주 유치하려고 쓰고 있기 때문에 독립대행사와 인하우스대행사의 경쟁 그 자체도 공정한건 아니다.
모그룹 계열사끼리도 접대하고, 매체 수수료 깎아주고 그런 "약속" 한다는 이야기 들은 적 있냐?
없거든... 그렇게 물량 독점해서 얻은 수익으로 무얼 하냐면, 다시 그 모그룹 계열사를 위해 투자하거나 하는게 아니라 대행사 임원들이 자기 실적 채울려고 외부 독립 광고주 유치하는데 쓴다는 거다.
몇 년 전에 유행했던 "다른 대행사가 200억 광고주 1개를 유치하면, 우리는 20억짜리 광고주 10개를 채워서라도 200억을 만들겠다"는 모 대행사 임원의 이야기는 수익과 상관없이 외부 독립광고주 유치를 통해서 외형 성장을 시켜서 그룹 인사에서 평가 받겠다는 솔직한 심사를 드러낸 것에 다름 아니다. 그룹이나 오너 일가에서도, "그룹 물량만 할거면 뭐하러 회사 만드냐? 다른 것도 많이 유치해야지..."하면서 독려를 열심히 하지...
근데 공정한 경쟁의 논리로 보면 한쪽에서는 모그룹 계열사들은 그렇게 물량 몰아주고 그런 대접도 못받으면 그거야 말로 경제 논리에 어긋난거 아니냐?
아이디어는 회사의 크기와 상관이 없다.
작은 대행사도 광고주가 필요로 하는 과제에 맞는 좋은 아이디어 낼 수 있고 입찰에서 선정되어 브랜드의 성공에 이바지 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인하우스 대행사들이 "서비스와 약속"으로 경쟁을 왜곡하고 있다.
윗 이야기처럼 다른 외부 광고주에게는 할인도 해주고, 접대도 하고, 서비스도 열심히 해주고, 입찰 들어갈 때 기존에 애니매틱 2~4개 정도 하던게 어느덧 10개 넘게 실제로 찍어 가기도 하고... 거기 들어가는 비용은 모기업 물량에서 얻은 이익을 때우고..,
결국 작은 독립광고대행사들은 아이디어 하나로 승부를 하는데, 인하우스대행사들은 모그룹의 실력과 규모까지 동원해서 경쟁을 하니 이게 경쟁이 되겠냐?
그래도 공정한거라고? 이런 것도 실력이라고?
아까 이야기 했듯이 이건 아무에게도 도움이 안되는 경쟁이다.
광고주가 지키지도 못할 서비스에 눈 멀어서 정작 본래 목적인 광고 아이디어에 소홀하면 브랜드가 망할 것이고
인하우스 대행사는 이런 식으로 경쟁하다가 손익 악화되면서 최근에는 사람 줄이고 있고
모그룹은 자기들 물량으로 다른 회사 호강시켜주느라 정작 자기네 브랜드에 대행사에서 투자를 못하니까 외국에서 경쟁 브랜드와 싸우는데 도움이 안되서 손해고
독립대행사는 아이디어로 이기고 서비스로 지느라 입찰 비용에 사기 저하에 망하기 일보 직전이고
인하우스든 독립이든 광고대행사 다니는 임원이 아닌 일반 직원들은 점점 광고대행사 산업이 축소되면서 처우도 열악해지고 일찍 나가야 되고...
만일 당신이 광고주인데 아직도 그런 서비스와 약속도 실력이고 고려 대상이라고 믿는다면 구제 불능이니, 대신 그런 당신에게 좋은 방법 하나 알려주겠다.
입찰에서 서비스와 약속을 이야기 한다면, 거기에 대해서 대행사 대표이사와 관련된 모그룹 계열사 사장의 연대보증하라고 해라.
입찰에 제시한 모델이나 광고 시안에 대해서는 만일 동일하게 제작이 안된다면 책임을 물을거 아니냐?
시안이나 매체에 대해서는 보증보험도 들으라고 하면서 서비스와 약속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립서비스만 믿고 하면 안되지.
그렇게 했는데 정말 대행사 대표이사하고 모그룹 계열사 사장이 도장 찍어오면?
회사 그만두고 그 서류 들고 협박을 해라. 부당계열사지원으로 공정위에 고발하겠으니 그게 싫으면 돈을 달라고 해라.
어차피 그런 안목으로 그 브랜드 살릴 자격이 없으니 어떤 회사든 오래 있을 수 없을터, 개인적으로 생계나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