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13일 목요일

16. 경쟁이 경제 원칙을 넘어설 정도로 너무 치열해졌다. (Part.5)



 
아마 이 전 글이 생소한 광고대행사 직원이 혹시 있을지 모르겠다.
실상은 노예로 입사해서 지금껏 노예로 살아오느라 다른 자유인의 삶은 모를지언정
오늘도 나는 광고인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대표 모 그룹에 다녀" 라는 말을 부모님이나 배우자가 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몇몇 들이 있기도 하더라.

생소하면 물어보라,
외국까지도 가지 말고

대한민국의 어느 BI회사가, 어느 디자인회사가, 어느 건축설계사무소가
온라인에 띡 뜬 입찰 공고만 보고, 아무런 Rejection Fee도 받지 않고
자기네 인원들 밤샘 근무 시켜가면서, 외주처 돈주고 고용해 가면서,
입찰 장소에서 클라이언트 앞에서 생각해간 브랜드 네임 후보작 20개씩 까고, 로고 디자인 40개씩 까고, 디자인 시안 20개씩 까고, 설계도면 및 모형 까고 나서
안됐다는 통보에 "네, 잘 알겠습니다... 담에 더 열심히 할테니까 꼭 기회 주세요" 라고 하고 돌아서는 곳이 있는지...
(그리고 나중에 나온 브랜드 네임이나 디자인이 자기들이 한거랑 똑같네 하면서 흥분하지만.... 정작 전화 한 통 하고는 "알겠구요 다음에는 저희에게도 기회를 주세요..." 라고 하는 곳이 있는지...)

그리고 돌이켜보라...
지금까지 참여한 광고 입찰 중에서 rejection fee 주는 입찰이 몇 건이 있었는지...
스토리보드만 들고간 광고 입찰이 도대체 몇 건이었는지...
혹시 애니매틱도 넘어서 찍어간 경우는 몇 건이었는지...
"개발비"라고 들어간 비용이 지난 번 입찰에서는 얼마였는지...

그리고 생각해보라
내가 하는 일이 애니매틱 동영상 파일 만드는 일인지, 광고 아이디어를 만드는 일인지...
내가 모그룹 회사원인지 아니면 광고인인지...

그리고 분노해야지...

애니매틱과 실사 촬영 관련한 업계의 이야기들은 너무 많다. 아주 아주 몇 개만 보면,

1. 작년인가 어느 외식 브랜드 입찰에서 모 대행사가 16개를 실사로 찍어왔다고 하던데.. 그 때 그 외식 브랜드 빌링이 30억원 정도 되었을거다. 글면 대략 4억원 수익 나는 거고 인건비 빼면 1.2억원 정도 남을텐데 만일 개발비가 이것보다 더 많이 들었다면.... 왜 했지? (위에다가는 60억원이라고 했겠지...)

2. 근래 모 재벌그룹 계열사 입찰도 불티났는데, 역시 돈 많은 모 대행사에서 들인 총 개발비는 1억원대.... Rejection Fee를 받기는 받았는데 몇백만원이었다고 한다... 뭐 모그룹 계열 물량에서 얻은 초과 수익으로 가뿐히 처리? OK? 

3. 잘 나가던 모 대행사가 있었는데, 슬럼프인지 한 해 동안 한 20개 되는 입찰에서 떨어지고 나서, 정신 차리고 보니 그 해 개발비가 10억원 정도 들었다고 한다... 고스란히 적자가 되었겠지...

4. 앞 글에서 이야기 한 대로 회장님이 직접 결정하시는 모 브랜드 입찰에서 독기를 품은 한 인하우스 대행사가 아예 모델하고 쇼부를 치고 실사로 찍어서 제시를 한 거지... 실무자들은 사실 그 모델이 싫어서 다른 대행사 제안에 점수를 많이 줬는데, 아뿔싸, 회장님의 취향은 바로 그 모델이었던거라... "좋네, 저거 그대로 내보네...." 결국 입찰 한 후에 며칠도 안지나서 시안으로 제시한 소재가 그대로 혼방으로 나가고... 가뜩이나 광고비 많은 그 브랜드에서 그 편은 정말이지... 톡 튀는... 거기서 제안한 슬로건은 지금 어디 갔는지도 모르는... 단명 캠페인이 되었다는... 정말 그 제작비는 그냥 서비스로 나간건가?


자, 이젠 이해될 것이다. 왜 대한민국에서는 자기의 이름 걸고 아이디어 하나 믿고 시작하는 광고계의 영웅들이 더 이상 나오기 힘든 이유를...
우선 현실적으로는 매체 지급보증이라는 것이 발목을 잡을 것이다. 매체 업무를 하려면 코바코와 조중동에 사전에 3개월치 광고료 / 1억원 정도를 각 매체사에 선지급 식으로 / 지급보증 식으로 내야 하는 건데, 여기서는 우선 매체까지 하는 종합대행이 아니라 제작 대행만 한다고 치자 .

제작 대행만 하려고 해도, 광고주를 위해 입찰에서 아이디어 보여주는데만 해도 우선 피치 준비에 이렇게 돈이 많이 든다.
돈 없으면 스토리보드로 하면 될텐데, 문제는 광고주 수준이 하도 낮다 보니 스토리보드로 제시하는 불세출의 아이디어도 돈으로 쳐바르고 녹음 Song까지 만들어서 깔끔하게 해온 애니매틱이나 심지어 실사로 찍어온 시안을 도저히 당해낼 재간이 없다.

그래, 전 세계에서도 하필이면 대한민국, 그것도 광고업계에서 일하는게 자기 팔자라고 생각해서 살던 집 담보 잡혀서 돈 빌려서 애니매틱 시안 만들어서 제시했다고 치자.
광고주가, "아 시안은 그 쪽이 참 좋은데.... 모 기획에서 자기들하고 하면 시안은 그렇게 다시 제시해준다고 하고... 대신 모그룹 사무실마다 하나씩 놔 준다고 해서..... 죄송해요..."

이거 두 번 당하면 돈도 돈이지만... 멘탈이 완전 붕괴될 것이다...

자 다시 이야기 하지만 광고업계의 경쟁은 이제 경제원칙을 벗어난지 오래다.
경제원칙을 벗어나 자기 돈으로 자기 아이디어 개발해서 공짜로 광고주에게 보여주는게 비정상이라는 것도 모르고
거기에 수익성과 상관없이 애니매틱에 시안까지, 지들끼리의 승부에서 이기기 위해 모그룹에서 받은 잉여 수익을 쏟아 붇고,
그것도 모자라서 광고주가 정확하게 요청하지도 않은 "모 기획의 약속"까지 퍼부으면서 그저 굽신굽신...

아... 자본주의의 꽃이라는 광고에서 자본주의의 경제원칙은 언제쯤 다시 적용되려나...
 
 
 

17. (번외) Rejection Fee를 계산해 보자.

 
 
자 경제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대한민국 광고계이지만, 그래도 경제원치을 적용해서 과연 얼마나 Rejection Fee를 받아야 할까를 생각해보자.

예를 들어 대략 연 빌링 80~100억원 정도의 소비재 상품 및 브랜드 캠페인이라고 생각하고, BTL과 온라인도 제안에 포함된다고 가정하자.
거기서 평균 준비 기간인 3주일 전에 OT를 하고, 과제로는 책임 회피를 위해 "제시 시안의 형식은 제한하지 않겠습니다. A라인, B라인 각각2개씩 최소한 4개의 시안 준비해주시기 바랍니다" 라고 숙제를 냈다고 치자.
그리고 이 프로젝트에 모닥불로 뛰어드는 불나방들처럼 대한민국의 기라성 같은 4개 인하우스 광고 대행사가 참여 했다고 치자.


1. 우선 직접비 부분을 보면

가. 기준

대한민국 광고대행사는 돈을 안줘도 서로 하겠다고 애걸복걸하는 거지 같은 존재들이기는 하지만, 경제원칙을 적용하기 위해서 현행법에서 규정하는 최소치의 비용을 준다고 가정해보자.
가령 삼성그룹 안에서도 임직원 평균 연봉이 7900만원으로 TOP 5위에 속하는 "제일기획"까지 포함해서 전체 대행사 직원들에게 입찰 준비 기간 중 법정 최소임금인 시급 5210원을 준다고 가정해보자.
아래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대한민국 광고대행사 직원 수준 = 패스트푸드 알바 수준"으로 보고 계산한거다.

나. 투여인원
보통의 인하우스 대행사라면 아마도 AE 팀에서 대략 4~5명정도, 제작에서 대략 4~5명 정도, 그 위에 임원들 대략 3명, IMC쪽은 대략 BTL과 온라인 각 2명씩, 매체는 플래닝만 한 2명 들어가는 걸로 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다. 투여시간
보통 3주 주니까 3주인 21일동안 준비한다고 보자.
하루에 실제 업무를 하는 AE 및 제작은 휴일 포함해서 4시간 동안 정상 근무를 하고 6시 이후 야근을 각 2시간 정도씩 한다고 보자.
최저 임금을 받는 햄버거 굽는 알바도 고용 노동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초과 근무를 할 경우 1.5배를 받도록 되어 있다. 즉 Over Time이 2시간이면 실제 계산은 3시간치 임금을 받는다는 거다.
임원들은... 야근 안하겠지? ㅎㅎㅎ
매체나 IMC도 우선 안하는 걸로 쳐보자.. 혹시 보는 사람들 중에서 흥분하는 매체팀이나 IMC팀 직원이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어차피 버거킹에서 패티 굽는 알바하고 동일한 신분이니 너무 흥분하지 말도록 하자.
내가 보기에는 AE나 제작 같은 경우 실제 저정도 시간... 안들어갈 것 같으니까, 계산의 편의 상으로 그렇다는 거다.

라. 결과
결과는 아래 그림과 같다.

[광고대행사 직원들이 롯데리아 알바 정도의 수준이라고 과대평가했을 때 직접비 ]
 
 
 
 
 

광고 입찰 준비 기간 동안 대한민국 상위 연봉군인 광고대행사 직원들이 실제로 광고주로 부터 받는 대우보다 훨씬 높은 수준인 2014년 최저임금을 적용한 결과 피자헛에서 오토바이로 배달나가는 알바 청년은 받을 수 있지만 광고대행사에서는 광고주에게 받지 못하는 직접비가 대략 1천만원 수준이다.


2. 시안 제작비

광고주는 멋지게 "알아서들 최선을 다해, 당신들 생각에 가장 적합한 형식으로 해오시구요. 제한을 두지 않겠습니다."라고 했지만, 이는 OT후 첫 회의에서는 "스토리보드로 제한을 안하네? 글면 다른 데도 애니매틱 해올테니 우리도 애니매틱으로... 오케이? 100억이면 이거 따면 당분간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거야... 무조건 따오라구..."로 해석이 된다.

전에 이야기 했다시피 애니매틱 시안이 보통 400~600만원 정도 나오는데 대략 400만원이라고 잡으면 4개 하면 1600만원이다.
여기에 프러덕션에서 기획료 500만원 주는 조건이면 2100만원이 된다.
안주고 하겠다는 곳도 있고, '바잉파워" 고려해서 안주고 해주는 곳도 있겠으나, 광고대행사 직원들도 직접비 계산을 했으니, 여기서도 주는 걸로 일단 하자.

거기에 인쇄 제작비가 있는데, 외주 쓴다고 치면 개당 50만원 치고 4개 가져가면 200만원이다.

총 합쳐서 2300만원 되시겠다.


3. 진행비
이거 뭐 얼마 안드는 돈인데, FGI 한 번 한다고 치고, 1인당 5만원씩 준다고 치고, 5명 그룹 2번 한다고 치고 (근데 요즘 이런 조사 정말 하는 곳들이 있나?) 한 50만원 들거고,
제본하고 인쇄 시안 출력하고 자료 구입하고 프레즌테이션 기자재 일부 구입하고, 돌아다니는데 교통비 쓰고 뭐 하고 하는데 대략 150만원 든다고 치자.
그거 대부분 술 먹겠지만...

그거 다 합쳐서 넉넉히 200만원 든다고 치자


합계를 내보면
직접비: 1000만원
시안 제작비: 2300만원
진행비: 200만원

총 3500만원이다.

이거 광고주가 주면 어떻게 될까.

3500만원 X 4개 대행사 = 1억4천만원이다.

100억 광고예산을 효율적으로 잘 쓰기 위해서 중요한 파트너를 선정하는데 전체 예산의 1.5%가 안되는 비용을 투여하는게 과연 그렇게 대단한 돈인가 아님 낭비인가?
(그나마 직접비는 패스트푸드 알바 수준으로 주는 건데...)

낭비라고 생각한다면,
이렇게 Rejection Fee 주는 전세계 거의 모든 나라의 거의 모든 "그 광고주 너"보다 더 똑똑하고 양심있는 클라이언트들은 다 병신이라는 건가?

낭비라고 생각한다면,
시안 내라고도 하지 마라..
어차피 "모기획의 약속"이 중요하면, 크리덴셜 출력하고 "약속"만 가져오라고 해서 대행사를 선정하고 시안은 그 때부터 조져서 만들면 되쟎아?

서로 깔끔하고 공정거래한 방법이다.
"비정상의 정상화"이기도 하고...

나중에 이야기 하겠지만, 이런 식으로 Rejection Fee가 있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경쟁이 경제원칙을 벗어날 정도로 과열되지도 않고 자주 있지도 않은 거다.
입찰 하려면 자기도 돈이 드니까 광고대행사 교체를 신중하게 생각하는거지.

반면 우리 나라는 광고주 입장에서는 손해날 게 아무것도 없다.
지 브랜드는 망가지고 일관성은 훼손되어 누적된 광고 이미지는 날라가버리겠지만...
그게 어디 결재판 위에서 입증되는 일이겠는가..

그보다는 내노라 하는 그룹의 계열사들 4~5군데 불러다가, "갑"질도 확실하게 해서 스트레스도 날리고
회사 안에서는 한 번 동네 잔치 열어서 사람들 불러다가 구경도 시키고, 내가 일 잘한다느 인상도 확실히 주고,
밖에서 봤을 때는 심지어 매번 광고 소재 교체할 떄마다 경쟁을 붙이니 참으로 공정해 보이고...

이 모든게 실무적으로 단박에 해결되는 길은... Rejection Fee 밖에는 없다.
앞으로 10년 안에는 성사되기 어렵겠지만...

참고로 최근에 들은 Rejection Fee는 모 통신 브랜드가 500만원, 모 재벌 계열사는 600 ~ 800 정도 줬더라.
그리고 그 프로젝트들에 한 자본 잉여력 넘치는 인하우스 대행사가 개발비로 투여한 비용은... 1억원이 조금 안되었다고 한다.

병신들...


15. 경쟁이 경제 원칙을 넘어설 정도로 너무 치열해졌다. (Part. 4)


이 역시 전세계에는 유일하게 대한민국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하면서 모기업의 잉여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모기획의 약속"과 동일한 배경에서 나온 광고계의 병폐가 바로,
경쟁입찰에서 애니매틱 시안 제작....

광고 시안을 설명할 때 전 세계적으로 동일하게 쓰는 방법은 바로 스토리보드라고 해서 15초면 대략 8~10컷 정도의 영상을 스틸 컷 그림으로 그리고 (혹은 포토샵으로 기존의 사진 등에서 따와서 합성해서 만들고) 각 컷마다 카피와 사운드, 영상 효과 등의 설명을 붙이는 걸로 작업을 해서 광고 시안을 설명하는거다.
뭐 미국 보니까 보드 붙이지 않고 클리어 파일 같은거에 넣어서 설명도 하더만, 어쨌거나 이 스토리보드는 광고 뿐 아니라, 영화, 드라마에서도 폭 넓게 활용하는 방법이다.

[대학생 공모전 스토리보등의 사례]
 
 

근데 애니매틱이 뭐냐면,
각 스토리보드의 스틸 컷에 해당하는 부분을 기존에 이미 제작한 다른 광고물이나 영화, 드라마 등의 "동영상"에서 원하는 부분을 편집실에서 짜집기를 하고 여기다가 새롭게 녹음실에서 성우 불러다 녹음 하고 음향도 넣고 해서, 실제 광고 촛수에 맞추어 15초 혹은 30초에 맞게 편집한 동영상을 의미한다.
제안하는 모델이 전지연이면, 전지연이 출연한 영화나 광고에서 최대한 비슷한 앵글과 장면, 입이 맞는 거 찾아서 끼워 넣고, 혹은 그런게 없으면 다른 (주로) 일본 영화나 광고에서 비슷한 장면의 비슷한 여배우 찾아 넣어서 광고주에게는 "시안이니까 전지연은 아니더라도 전지연이라고 생각하고 봐주시기 바랍니다" 라고 하고 설명하는거다.


제작 비용을 비교하면, 스토리보드는 한 컷을 맥으로 합성해서 만들면 대략 10~20만원 정도 소요되고 15초에 8~10컷이면 대략 100~150만원 정도 나오겠지? 
보통은 외주를 많이 주지만 여차하면 광고대행사 안에서도 아트 디렉터 있겠다, 맥킨토시 있게다, 그래서 만들수는 있다.
반면 애니매틱은 기본적으로 편집실과 녹음실이라고 하는 외주처를 반드시 거쳐야 하고 동영상 다 찾아서 끼워 넣는 생 노가다를 해야 하기 때문에 편당 대략 300~600 정도 든다.
뭐 당연히 스틸컷보다 동영상 만드는게 돈 많이 들겠지?
거기에 성우비 줘야지, 만일식품이나 치킨/피자 같이 전화 받는 광고주라고 징글이나 Song도 만들 경우 바용이 더블로 든다.

근데 보통 입찰을 붙이면 시안을 보통은 2개~4개 정도 가져간다.
글면 스토리보드로 해도 150 X 4 = 600만원이 드는데, 애니매틱을 하면 450 X 4 = 1800만원이다. 즉 3배가 드는 것이다.
거기에 같이 입찰에 참여하는 프러덕션 쪽에 아이디어 받고 애니매틱 만들 때 좀 봐주는 조로 기획료를 주면 500만원은 줘야 하고 (안주고 하는 경우도 많지만), 기획 쪽에서도 뭐 하나 조사를 하거나 자료 사려면 돈이 드니
애니매틱으로 입찰을 하면 2500~3000만원은 족히 든다.

그런데 요즘에는 스토리보드로 하는 경쟁입찰은 거의 없다.
경쟁 입찰에서 광고주가 제한하거나 서로 합의하지 않으면 대부분 애니매틱 만들어 간다.
더 웃긴건 "찍어도" 간다.

농담이 아니고 실제 프러덕션 쪽에서 카메라 대여하고, 조명, 분장, 미술 다 쓰고, 대역 모델 쓰거나 심지어는 그 "대행사의 힘" 혹은 "광고주의 힘"에 따라 실제 연예인 모델을 찍어서 가기도 한다.
(작년에 모 통신 광고가 그랬대매? 시안으로 찍어 갔는데 거기 management가 OK 하는 바람에 그 시안을 그대론 혼방으로 틀었다는... 제작비 줬을까?...)

보통은 세트를 짓거나 하지 못하니까, 아주 간단한 배경으로 찍는 경우가 많은데, 역시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만일 캐논 오두막 같은게 아니라 실제 HD카메라 동원했다면 하루찍어도 대략 편당 아무리 적게 잡아도 2000만원에서 2500만원은 들지 않을까 싶다. 이게 다 외주처들에다가는 "시안이니까 저렴하게 합시다" 라고 하는 단가고 똑같은 사람들 불러서 혼방 (실제 제작할 버전)이라고 하면 단가가 많이 달라지겠지.

그게 4편이면... 1억원이다.

자 왜 전세계 다른 나라들은 다 스토리보드로 하는데 우린 왜 이 난리를 치는가?
우선 문제는 광고주다.

일전에 쓴 대로 우리 나라 광고주들은 대부분 순환보직으로 돌거나 하다보니 여전히 광고에 대한 전문성이 없어서 스토리보드를 설명했을 때 머릿속으로 실제 어떤 광고가 나오겠구나 하고 상상을 잘 못한다.
거기에 실무진들은 그나마 젊으니까 나은데, 문제는 광고대행사 입찰에 꼭 회장, 사장 같은 나이먹은 꼰대들이 들어와서 결정을 하다보니, 그런 꼰대들은 기본적으로 상상하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광고 시안 결정하려는 회장, 사장들... 안바쁘냐? 그게 그렇게 중요하더냐? 너의 개인적인 취향이 정말 당신의 소비자들과 정확하게 일치하더냐?)
그렇다보니, 광고주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스토리보드보다는 돈이 들어도 애니매틱이나 실제 찍은 시안이 자기가 이해하기도, 그리고 윗사람들에게 보고하기도 편하니까 선호를 한다.

그러면... 그 비용을 주면 되겠지? 우린 우리 아이디어를 스토리보드로도 충분히 설명하는데 지들이 이해가 안된다면 지들 브랜드 업무를 위해서 입찰을 진행하는데 그 편의를 위해서 당연히 지급해야겠지?

근데... 안준다...

왜?

전세계 거의 모든 나라의 거의 모든 지적노동을 통해 아이디어를 파는 산업에서는 입찰을 붙이려면 여기에 응하는 회사들에게 "Rejection Fee" 라는 걸 준다.

BI 회사의 성과물이 단어 몇 줄과 간단한 로고 그림이 몇 개 적혀 있는 A4지가 아니고
디자인 회사의 성과물이 좀 급조한 느낌이 있는 Mock-up 모형이 아니며,
건축 설계회사의 성과물이 애들이 갖고 놀것 같은 미니어처 모형이 아닌 것처럼
광고대행사의 성과물이 WMV나 AVI 파일 형태의 30초짜리 동영상 파일 4개가 아닌 것처럼

이 모든 지적 노동 산업의 성과물이 결국 "아이디어"이며
입찰 현장에서 본 A4 기획서나, mock-up 모형이나, 미니어처 모형이나 파일들은 단지 그 회사들이 갖고 있는 "클라이언트를 위한 아이디어"를 클라이언트가 이해하기 쉽도록 구현하는 설명을 위한 보조물에 불과하기 때문에 전세계 거의 모든 나라의 거의 모든 지적 노동 산업에 종사하는 회사들을 대상으로 입찰을 하는 회사들은, 만일 크리덴셜이 아닌 실제 "아이디어"를 시안으로 보기 위해서는, 입찰에 선정될지 않을지도 모를 Risk를 감수하고 참여해야 하는 각 대행사들에게 그에 합당한 댓가 Rejection Fee를 입찰 사전에 약속해야 한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이 Rejection Fee가 단지 그 A4지나, 모형이나 동영상 파일 몇 개를 만드는데 소요되는 제작 비용을 커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핵심인 "아이디어를 만드는 비용"인 직접비/투여 인원의 급여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는 것이 합당하다라고 생각하며 당연히 이러한 Rejection Fee의 수준이 입찰에 참여하는 회사의 수준 및 요구되는 입찰 제안물의 수준을 결정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 대부분의 지적 노동에 종사하는 회사를 고용하려는 클라이언트가 이렇게 행동하는 그 근간에는 "이 세상 어느 정신나간 대행사도 자기가 손해보면서까지 될지 안될지도 모르는 입찰에 참여하지는 않을거"라고 생각하는 합리적인 이성이 존재한다.

딱 하나,

모그룹으로부터의 배타적인 물량 지원 속에 쌓여진 잉여 수익을 모그룹으로 정당하게 돌려주지 않고 자신들의 신규 광고주 유치를 통해 활용하므로서 그 지배 주주인 재벌 일가의 부를 축적하고 거기에 부역하는 경영진들의 수명연장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오늘도 불철주야 노력하는 인하우스 대행사들이 전체 물량의 86%를 차지하는 대한민국 광고대행사들의 수치심 없는 "개발 노력"에 편승하는 대한민국의 광고주들만 빼면...

왜 안줄까?

이런거 줘야 된다고 윗사람한테 이야기할 배짱도 없고,
왜 안주던 비용 발생시키냐고 윗사람이 물을 때 대답할 양심도 없고,

무엇보다도 안줘도 입찰에 참여하게 해달라고 줄서는 광고대행사가 너무 많으니까...

재미있는건 Rejection Fee를 안주는 대한민국 광고주들은 경제원칙에 충실한 것이라는 것이다.
돈 안되는 건 안한다는 경제원칙을 어기고 말도 안되는 경쟁에 스스로 참여하려고 애걸 복걸하는 건 결국 대한민국 광고대행사의 문제인 것이다.




14. 경쟁이 경제 원칙을 넘어설 정도로 너무 치열해졌다. (Part. 3)

 
그러면 30대 광고대행사도 알아볼까?

아래 표는 2013년 광고회사 현황 조사라고, 광고단체연합회가 매년 3월이면 각 대행사에 양식 돌려서 자율로 적어내라고 해서 취합 발표하는 자료이다. 여기에는 취급고, 인원 등의 자료가 들어 있으나, "자율"로 적는 것이기 때문에 이 숫자들 중 취급고의 경우 일부 회사는 좀 뻥튀기 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취급고의 경우에는 그외 별도로 조사할 방도가 없으므로 공개 가능한 자료 중에서는 이 자료가 가장 적합한 자료로 볼 수 있다. 특히 대한민국에서 ATL 광고를 만들고 싶다면 프러덕션 쪽 아니면 사실 종합광고대행사를 희망하는 젊은이들이 많을텐데, 내가 아는 한 왠만한 대행사 중에서 이 리스트에 없는 대행사는 없는 듯 하다.

[2013년 광고회사 현황조사_인하우스 구분]

 
 
자 현실이 나왔다.

1) 종합광고대행사가 취급하는 시장에서 86%는 인하우스 대행사들이 차지를 하고 있고,

2) 독립대행사는 그 시장에서 불과 2% 밖에 차지 못하고 있다
- 코마코는 지분은 없지만 그 오랜 시간 동안 회장님들 간의 친분으로 하고 있는 야쿠르트와 동국제약의 빌링이 아마 60%가 넘어갈 것이므로 지분만 없을 뿐 인하우스와 다를 바 없다는 판단이다.
- 광고 잘만드는 메이트 역시 독립이라고 주장도 했고 일견 수긍도 가지만, 역시 Start 자체가 20%인가 지분을 갖고 있던 재능교육과 같이 하여 지급보증도 그쪽으로부터 받았고, 이동훈 사장이 개인적으로 동서식품 집 자제라는 점으로 대행하는 것도 있고, 이제는 이노션으로 지분을 넘기기로 하여 실제 매체는 합병이 되었으므로 인하우스로 분류를 하였다.
- 휘닉스의 경우도 뭐 사실 보광 그룹에서 넘어오는 물량이 얼마 안되지 않을까 생각은 하는데, 그래도 과거 삼성 물량도 많이 했던 인하우스는 인하우스니까...

3) 외국계 대행사가 11%를 차지하는데 이 경우에도 TBWA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네트워크 광고주 위주로 취급하고 있으므로 이쪽도 뭐 임자 있는 땅만 취급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그닥 다른 바 없을 것 같다.

과거에는 어땠을까?

사실 한국 광고계를 가장 최근에 휘저었던 사태 중 하나인 IMF 때와 비교를 해보면, 인하우스 대행사중 그 때는 없었는데 추가로 나와서 독립 물량을 가져간 경우는 SKMC, 포레카 등으로 그 비율은 윗 표에서 전체 인하우스 취급 물량의 8%에 불과하다.
뒷받침할 자료는 없지만, 기억을 더듬어 보면 당시에는 TOP 20에 들어가는 광고대행사중에는 나라기획, 웰콤, 선연, 거손, MBC애드컴 같은 독립 대행사들이 좀더 많이 있었고, 지금은 서울우유 하나만 하는 서울광고같은 경우도 독립광고주들로 유명하였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보다는 독립 광고주들이 더 많이 있었고 독립 광고대행사들도 더 많이 있었던 것 같다.
네이버 쳐보니 매일경제 1997년 5월 20일 44면에 "광고대행사 수익없는 사업 안한다"는 기사를 보니 이 때부터도 앞으로 인하우스 쪽으로의 쏠림이 있을 것이라는 걱정에 대한 기사가 있다.
 
즉 과거에 비해서 인하우스로의 쏠림 자체가 심해졌고 그 이유는 인하우스 대행사가 추가로 나와서 보다는 기존 인하우스 대행사들의 몸집이 크게 부풀려져서 그렇다는 점을 추측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이유로는 기존 인하우스 대행사를 갖고 있는 그룹들의 몸집이 독립광고주들에 비해서 더 크게, 혹은 기존 인하우스 대행사들이 공격적인 경영으로 독립광고주 물량을 좀더 많이 빼앗아 가서 그럴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자 다시 타임머신을 타고 2012년으로 돌아와서 전 글과 위 자료를 결합해 봤을 때 나올 수 있는 시사점은,
150대 광고주의 경우 외국계 네트워크 광고주들까지 포함해서 임자가 있는 경우는 60%에 불과했는데, 대행사 시장을 보면 인하우스 86% + 외국계 12% 로 임자가 있는 사람들이 사실상 98%의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 과거와 비교하면 이제 독립광고주들도 모두 인하우스에 물량을 맡기고 있고, 얼마 없던 독립 대행사들도 다 얼어죽었다는 점이다.

독립대행사라는 말이 얼마나 광고인들에게는 자부심 가득찬 말이었던가?

네이버에 "독립광고대행사"라는 말을 치면 이미 1998년에 퍼블리시스에 60%의 지분을 넘긴 웰콤도 독립대행사라고 하고, 러시앤캐쉬에도 불구하고 뉴데이스도 독립광고대행사라고 하고, 이노션이 인수하고 재능교육과 설립한 메이트도 독립광고대행사라고 하고, 지분은 없지만 회장들간의 네트워크로 한국야쿠르트, 동국제약 광고를 20년이 넘게 하고 있는 코마코도 자신들을 독립광고대행사라고 한다.

아이디어의 크기와 사무실의 크기는 원래 상관이 없는거 아닌가?
시안만으로 평가한다면 적어도 크리에이티브에어, 컴투게더, 메이트, 그레이프 뭐 이런데는 지금보다 훨씬 더 잘 나가야 하는 거 아니었던가?

인하우스에 워낙 사람이 많으니, 확률적으로도 거기에 재능있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이 있다.
지금 인하우스에 있는 광고인들도 "나중에 가 독립하고 나서 내 스스로의 아이디어로 회사를 키워서 외국계나 다른 인하우스에 팔고 돈 벌어야지" 하는 꿈을 미국이나 영국에 있는 광고인들처럼 동일하게 꾸고 있을 수 있어야 하는거 아닌가?

내가 생각하는 한국 광고계의 영웅은 바로 이렇게 자신의 능력을 믿고 자신의 이름을 걸고 대행사를 만들어 인하우스로 가득 오염된 세상에서 자신의 힘으로 일어서 본 사람들이다.

지금 현직에서 제일 유명한 TBWA의 박웅현이나, 지금은 떠난 제일기획의 최인아도 대단한 사람들이겠으나, 내 기준에는 영웅은 아니다.
그보다는 웰콤의 박우덕, 문애란,  Lee & DDB의 이용찬, KS&Partners의 이근상, 컴투게더의 한상규, 크리에이티브에어의 윤수영, 한승민, 최창희, 메이트의 이동훈... 이런 사람들이 한국 광고계에서 변화를 만들었던 사람들이다.

이중 메이트는 재능교육하고 같이 시작했긴 하지만, 어쨌든 Lee & Parters를 처음 이용찬 사장이 자신의 명성만 믿고 시작하고 6개월 동안 직원 돈을 못주면 그만 접자고 했는데, 정말 6개월 동안 광고주가 안들어와서 접을려다가, 결국은 집 담보로 잡고 월급 주고 7개월째부터 광고주 들어와서 성공을 했다지?

DDB, BBDO, McCann, Ogilvy & Mather, Leo Burnett, BBH, Crispin Porter & Bogusky, Widen & Kennedy, Goodby Silverstein & Partners...
이거 다 자기 사람 이름들이다.
미국이나 영국에서 정상적이고 대단한 광고회사들은 모두 자기 이름 걸고 한 번 광고 만들어보자고 일어서 광고인들이 만든 회사란 말이다

Cheil, Innocean, HS, Daehong, SK, Oricom, Hancomm, SangAm, Poreca, Nongshim...
여기에 어디 자신의 자존심을 건 광고인의 이름이 있는가?
광고 회사가 아니라 수익을 앞세운 모그룹의 계열사라는 소속을 상징하는 이름만이 있을 뿐이다.

그러면 대한민국 광고계에서 앞으로 자기 이름을 앞세운 독립 광고대행사가 나올 수 있을까?

전체 시장의 2%만 보고?

경쟁이 미국이나 영국처럼 경제 원칙에 맞게 이루어진다면, 당연히 가능할 것이다.
단, 전세계 일본을 빼고 유일하게 매체와 제작을 동시에 하는 Bundled Agency Model이 판을 치는 우리 나라에서는 매체 지급보증이라는게 분명히 현실적으로 걸리기는 하다.

하지만 아이디어의 싸움에서도 새롭게 이름을 걸고 시작하겠다는 광고인의 의지를 꺽는 일이 있으니,
하나는 줄곧 이야기 한 "모 기획의 약속"
그리고 또 하나는 우리 광고인들 스스로가 파버린 수치스러운 함정이 있다.


13. 경쟁이 경제 원칙을 넘어설 정도로 너무 치열해졌다. (Part. 2)

 
 
종합 광고대행사들 역시 대부분 계열사 들이 많이 있다.

자 다음은 국내 유일한 (아마도) 광고비 측정 시스템에서 나온 2012년의 149대 광고주 리스트이다.
(원래는 150대 광고주 하려고 했는데 나중에 150번째인 동아오츠카를 빼먹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서, 귀찮아서 빼고 만들었다)
굳이 왜 150대냐면, 100억대 이상의 대형 광고주들이기 때문이다.

[2012년 149대 광고주 중 임자 있는 땅 구분]
 


(표가 작은 건 좀 내 컴퓨터 실력이 없어서 그런거니 이해 바란다...)

 
보면 내가 아는 업계 경험과 상식 선으로 네트워크가 인하우스 대행사 등 임자가 있는 광고주들을 체크했고 이어서 그렇지 않고 영업이 가능한 광고주들의 빌링을 비교해 보았다.
지분이 없지만 회장님, 사장님들끼리의 친분으로 인하우스나 다름 없는 곳들은 임자가 있는 곳으로 체크했다.

그랬더니 나온 결과가 약 40% 수준이다.
즉 업계의 60%는 이미 임자가 있고 40%만 임자 없이 돌아다닌다는 뜻이다.

그런데 여기에 영업이 가능한 광고주라는 곳이 상식적으로 아무 곳이나 공략이 된다는 뜻이 아니다.

1. 좋은 예도 있다. 가령 대한항공처럼 LG애드와 제일기획 두 군데만 거의 10년을 쓰는 경우...

2. 모 회사 같은 경우는 2~3군데만 딱 정해놓고 거기서만 입찰을 붙인다. 문제는 그 2~3군데의 풀이라는게... 거기 있는 모 고문의 철저한 인간관계 때문이라는 거다. 이런 걸 독립이라고 볼 수 있을까? (내가 알기론 밑에 직원들은 그 광고주 하기 싫어 죽을라고 하는데, 역시 그 대행사들의 윗분들도 그 관계 때문에 무조건 하라고 한다고 하던데)

3. 최근 일부 재벌그룹들이 인하우스 물량을 경제 민주화를 들고온 정권의 눈치 때문에 개방한 경우가 있었는데, 이 경우는 인하우스로 넣었다. 올해부터는 그것도 다시 걷어 간다고 하더라. 한 번 집중적으로 다루겠지만 코스프레 하듯이 1,2차 시안을 모두 다른 곳에다가 잘게 쪼개서 주는 경우까지 임자 없다고 보기는 힘들 듯 하다.

4. 작은 광고주들 특히 라디오나 CATV를 하는 일부 스포츠 브랜드 들 같은 경우에는 솔직히 임자가 없는게 아니라 인맥에 의해서 사실상의 인하우스가 있다고 보는게 맞는 경우도 많이 있다.

5. 여기에는 지난 번에 "경쟁의 평가가 공정하지 않다"고 설명한 편에 나오는 대로 정권 바뀌는 대로 대행사가 바뀌는 금융사들과 공정하게 한다면서 심사위원단을 구성해서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들이 있다. 뭐 정치하러 들어가는 것도 영업은 영업이니까...

6. 또 여기에는 광고가 아닌 다른 부분으로 결정이 된 광고주들도 영업 가능으로 구분 자체는 되어 있다. 예를 들어 인하우스 대행사의 모그룹이 모 제조업체으로부터 납품을 받기 때문에 바터 같은 조건으로 들어가던가, 모그룹과의 법인 거래 관계가 많아서 그 인하우스 대행사까지도 무시할 수 없어서 가는 경우, 모 그룹의 매장에 입점하는 조건으로 진행하는 경우 등, 사실상 좋은 광고 아이디어로 대행을 돌릴 수 없는 경우도 영업 가능함으로 일단 구분이 되어 있다.

아마도 내 생각에는 이러한 부분들을 빼고 정말 광고 아이디어로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경우는 100억대 이상의 경우는 40%가 아닌 20% 수준으로 봐야 할 것 같고, 아마도 100억 미만 광고주들의 경우에는 40% 수준이 아닐까 추측한다.

그런데 이런 곳도 문제는 인하우스 대행사들이 모그룹을 동원해서 "모기획의 약속" 같은 걸로 영업을 하면서 부당하게 따는 경우가 많다는 거지.
 
 
 

12. 경쟁이 경제 원칙을 넘어설 정도로 너무 치열해졌다. (Part 1)

 
 
이상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아니 어떻게 그렇게 된다는 거지?
돈이 안되면 당연히 안하겠지... 그래도 한다는 이야기 인가? 바보 아닌가"

경제원칙이라는게 무언가?
뭐 수요와 공급이 이상적인 시장 상황에서는 늘 맞게 조정이 된다는 거 아닌가?
공급이 수요에 비해서 너무 많으면... 공급자 간의 경쟁이 붙어서 하위 경쟁자가 탈락하고, 그런 조정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다시 수요에 맞는 공급량이 조정된다는 거...

내가 보기에 우리 나라 몇몇 부분은 이렇게 경제 원칙이 무너진 경쟁이 벌어지는 곳들이 종종 있다.
IT 중에서 SI 업계나 개발 업계, 그리고 택배업계, 외주 드라마/프로그램 제작 프러덕션, 헤어샵의 보조들... 마지막으로 광고 업계이다.

경제 원칙의 대전제는 무엇인가?
모두 활용가능한 자원은 무한정이 아니라 제한되어 있으며
이에 따라 틀어가는 INPUT 대비 OUTPUT을 계산해서 경제성을 따지는 거 아니겠는가?

그런데 위 업계들의 공통점은 이러한 대전제 중 하나가 마치 스타크래프트에서 show me the money 치트키 쓰는 것처럼 다른데 바로 "활용 가능한 자원이 갖고 있는 것보다 더 많다는 점"이다.

택배나 헤어샵의 보조, 외주 드라마/프러덕션 모두 공통점은 하겠다는 사람이나 회사가 되게 많다는 거다
그래서 공짜로라도 하겠다는 사람이 줄을 서서 헤어샵 보조는 공짜 혹은 월 50만원 받고도 잡일 하는 사람 많다고 하더라.
택배 역시 마찬가지로 경기 불황으로 1톤 트럭 하나 사서 지입으로 등록시켜 놓고 하겠다는 분들이 많으니.... 운임이 안오르는 거다.
외주 드라마 프러덕션도 봐라, 돈 잘 벌면 김종학씨 같은 사람이 자살하겠나?
누구는 빛좋은 개살구라고 하던데... 그런데도 그렇게 하겠다고 꾸역꾸역 밀려드니까, 방송국에서는 제작비의 절반만 주고도 드라마 완성하라고 하는 거다.

이런 것도 사실 경제 원칙대로 가는 건 아니지 않나?

SI 업계와 광고업계는 동일한 문제가 있는데, 바로 인하우스라고 하는 전세계에서 볼수 없는 독특한 관행이다.

두 업계가 한 때 1990년대 초기에는 동일하게 대학생들이 취업하고 싶어하는 기업 순위 1위였던 적이 있었다. 
SI업계의 선두주라라는 삼성 SDS와 LG CNS 같은 경우는 (그 때는 EDS인가) 암튼 두 회사 모두 외국계 합작 회사였던가 했고 전산쪽외에 인문계 학생을 많이 뽑아서 화제가 되기도 했지.  

그런데 두 업계 공통적으로 인하우스/계열화라는 경제원칙을 벗어난 관행이 1990년대 들어 강화되기 시작했다.

이게 왜 경제원칙에서 어긋나냐고?
SI 같으면 만일 그 모 업계가 소프트웨어 혹은 전산 혹은 IT 쪽으로 전문화 되어 있다면 할 수 있겠지
하지만 우리 나라 재벌그룹 순위 보면 1위부터 50위까지 그룹 중에서 SI회사 없는 곳은 손에 꼽을 꺼다..
한마디로 개나 소나 다 SI 한다.
백화점을 하든, 식품을 하든, 자동차를 하든, 건설을 하든, 배를 짓던....

그럼 왜 그렇게 다 개나 소나, SI를 하냐고?
재벌들 개인적으로 돈 벌려고 하는거다
다 지분 보면 재벌가의 개인 지분이 상당히 많이 들어가 있다.

재벌 인식에는 그냥 SI라는 건 PC 납품하고 인터넷 깔아주는 거거던....
어차피 외주 나갈거 "내가 갖고 있는 회사"에 일감 주고 오히려 외부보다 더 비싸게 납품하게 해서 "내가 돈 벌게" 하면 좋쟎아?

거기에는 이제 부역하는 사람들도 있겠지, SI 업계 출신으로 재벌 오너들하고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 꼬시는 거지
"그거 왜 외주 보내세요? 안에서 돌려야 돈이 되지! 제가 해봤으니까 맡겨 보세요, 돈 벌어다 드릴께요! 그리고 지분은 회장님 아드님 이름으로 하세요. 나중에 상속할 때 도움되니까..."

그런데 사람 마음이라는게 간사한게 일단 회사라고 만들어 놓으면, 자기가 준 일감 외에 다른데서 일을 따와서 성장을 해서 돈을 더 벌어와야 한다고 생각하는게 인지상정인거라.
이후에는 조지는 거지
"야, 주는 거만 할거면 뭐하러 회사 만드냐? 아무나 하지. 이 걸로 밑천 삼아서 다른데 클라이언트 개발해서 돈을 따와!"

근데 SI같은 경우에는 개발하러 나가봤자 다른 회사들도 다 SI 자회사가 있다보니 민간 부분에서 나오는 물량이 거의 없다.
결국 나오는 건 정부 물량 아니면 해외로 나가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는데, 편하게 주는 모그룹에서 주는 물량 처리하던 실력으로는 해외 나갈 감량은 당연히 안되고.
그래도 매년 SI회사 신년사를 보면 해외 진출을 외치기는 한다더라.

결국 전체 SI물량 중 80%는 이미 주인이 있고 20%정도 되는 정부 물량을 둘러싸고 엄청나게 경쟁이 치열한거지.
당연히 금액은 낮아지겠지?
그게 하청에 재하청을 가면서, 다 잘 알다시피 자랑스런 IT강국 대한민국의 일선에 있는 개발 인력들의 커리어가 막장이 된거다.

그러면 그 치열한 경쟁을 버티는 힘은 무얼까?
바로 모그룹에서 비싸게 그리고 안정되게 주는 일감에서 나오는 잉여 자본이다.
그걸로 사람, 조직 유지하고, 접대하고, 서비스하고...

즉 그런 모그룹이 없는 회사에는 없는 자원이 모그룹이 있으니까 생기는거지.
그래서 경제원칙을 벗어난 경쟁을 할 수 있는 거다.

여기서 SI라는 말을 광고로 바꾸면... 거의 90% 똑같이 적용이 된다.
 
 
 

11. 경쟁의 방법도 공정하지 않다.

 
 
내가 처음에 우리 나라 광고대행사를 다니면서 피곤한 이유로 경쟁의 아래 4가지 문제를 들었었다

1. 경쟁이 경제 원칙을 넘어설 정도로 너무 치열해졌다.
2. 경쟁의 평가가 공정하지 않은 경우가 너무 많다.
3. 경쟁의 방법도 공정하지 않다.
4. 경쟁의 평가가 필요없이 자주 있다.

이중에 2번과 4번의 문제를 이야기 10회에 걸쳐 하면서 3번도 자연스럽게 설명이 되었다.

결론적으로는 경쟁의 방법이 공정하지 않다는 것은 광고주 제품의 광고 캠페인을 실천할 아이디어 및 계획이 광고 경쟁 입찰의 핵심일진데, 실제로는 거대 인하우스 대행사들이 모그룹의 능력을 활용하겠다는 소위 "모기획의 약속" 으로, 이기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거다. 그런데 그 "모기획의 약속"이 갖고 있는 문제는,

모그룹이 없어서 이런 약속을 하기 어려운 독립광고대행사들의 입장에서 보면 수학 시험 보러가서 국어 성적으로 상장 주는 거랑 똑같은 거다.
즉 광고 아이디어의 평가가 핵심이어야 할 입찰에서 모그룹의 능력이 그 대행사의 능력으로 둔갑해서 (그나마도 잘 지키지도 않고 사전에 모그룹이랑 협의하지도 않으면서) 뻥으로 가져오는 거고, 결국 독립광고대행사의 입장에서는 자기들은 혼자서 싸우는데, 거대 인하우스 대행사들은 모그룹까지 동원해서 2:1로 싸우는 격이 된다는 거다.

1) 그게 자신의 돈이 아닌 모그룹의 돈이나 능력인 경우가 많다.
2) 그 약속을 제대로 지키는 경우도 거의 없다. 우선 따 놓고 광고 집행하면서 약속 지키라고 하면 시간 끌고 흉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이렇게 경쟁을 하는 방법 자체도 공정하지 않게 되었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