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16일 화요일

21. 멀티플라이어를 읽고 (훌륭한 광고인과 훌륭한 조직원의 차이 Part 3)



사설이 좀 길었지만,
이 책은 지금까지 본 리더쉽에 대한 책들 중에서 아래와 같은 점에서 좋은 책이다.

1. 멀티플라이어 (조직의 현재 역량을 더 키우는 사람)의 Performance가 정량적으로 디미니셔 (거꾸로 줄이는 사람)에 비해 높다는 점을 주장한 점
(그게 200% vs 50% 라고 해서 좀... 꼭 맞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2. 다양한 실제 사례를 갖고 쉽게 설명을 한 점 (이런 종류의 번역서들이 사실 표현이 우리 식이 아니어서 쉽게 넘어가지 않는데 그래도 재미있게 쉽게 넘어가더라)

3. 단순히 좋은 리더가 되라 가 아니라 구체적인 체크 리스트를 제시하여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고 향후 실천의 가이드라인으로 삼을 수 있게 한 점.
(이거 재미있다... 회사 주변의 다른 사람을 대입해서 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해보라)

책 내용은 보면 알겠지만, 특히 광고대행사 직원들에게 유용한 교훈은
결국 나의 역량이 아니라 우리의 역량을 동원해야 한다는 점이다.

근데 그게
밑에 직원들을 야근 시키고 주말에 나오라고 하거나 사내 비딩 시켜서 여러 팀 참여시킨다고 역량이 늘어나는게 아니라, "동기부여"를 통해서 스스로 창의성을 발휘하게 만들게 하라는 거다.

브리프 회의 한답시고, 아이디어 회의 한답시고,

밑에 애들한테 쭈욱... "야 각자 생각한 거 가져와바..." 하고 빨간 펜 들고 보거나,
애들 열심히 시키고 나서 결국 자기 아이디어대로 그냥 하면서 "니들은 이런게 문제야" 라고 하던가

회의는 정말 오랫동안 하는데, 결국 자기만 떠들고 끝나던가,
회의 하고 나서 뭘 해야 할지 모른다던가,

반대로 자기도 힘들지만 밑에 직원들은 자기 고민을 못알아주고 못 받쳐준다고 생각한다던가,
나랑 같이 일해야 되는 다른 Function의 파트너들이 내 수준만 못해서 피치에서 진다고 생각하던가,

피치는 이기더라도 밑에 직원들은 도대체 내가 뭘 공헌했는지 모른다던가,

국장 타이틀, 팀장 타이틀 달고 아직까지 파워포인트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던가,

어떤 회의에서도 팀장인 내가 제일 많이 떠들고 앉아 있다던가,




사실 이거 대부분 내가 해당되었던 건들이다.
이런 나의 모습 때문에 밑에 있던 직원들도 많이 나갔고...
그 때 생각하면 참 미안하다.

내가 자꾸 어려서부터 고민을 해야 한다고 하는 것이,
실제로 고민을 시작해도 바람직한 리더쉽을 체득하는데에는 끊임없는 시행착오를 거듭해야 하기 때문에 그 시기를 앞당길 수록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면, 내가 광고대행사 임원 한 번 하겠다고 하면 역시 일찍 생각할 수록 좋다.

김일성이 그랬쟎아,
4대군사노선에서 전인민의 간부화를 부르짖으면서, 자기 직급보다 2계급 위의 임무를 수행하게 훈련을 해야 한다고...

이거 사실 2차 대전 당시 전세계를 대상으로 싸웠던 독일군의 실력을 분석해보니 "임무형 지휘체계"라고 하는 프로이센 시절부터 내려오던 독일군의 리더쉽 문화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라는 교훈이 나오면서 받아들여진 이야기다.

소대장이라면 두 단계 위인 대대장의 지휘의도를 파악하고, 그 의도에 맞게 소대를 운용하면서, 대신 대대장은 각 하위 제대의 운용을 철저하게 소대장과 중대장에게 맡기고 자신은 다시 두 제대 위인 사단장의 지휘 의도를 파악하면서 대대의 큰 그림을 움직이는 데만 관여한다는 거지.

그러다 보니, 각 하위 제대는 자신의 책임 하에 융통성 있고 창의적으로 움직이더라는 거야.

그 반대는 뭐겠냐?

군대갔으면 알거야... 별이 와서 시시콜콜한 거 트집잡고 가는거...

믿고 맡기라고... 그리고 그 사실만 알게 하라고...

그러면 놀랍게도 스스로가 창의성 발휘한다니까...

그리고 그렇게 하면 너 혼자 하는 거보다 훨씬 더 낫다니깐?


이런 당연하지만 남들은 모르는 놀라운 사실을 니가 사원 때부터 머리에 담고 있으면,
그래서 니가 두 단계 위인 팀장 부터 본부장이 되었다고 머리에 쉐도우 복싱을 하고 살면,
당연히 니가 팀장되고 임원되는 날이 오지 않겠냐?

그렇게 어려서부터 준비했는데?



그게 이 책 읽고 나의 결론이다.

20. 멀티플라이어를 읽고 (훌륭한 광고인과 훌륭한 조직원의 차이 Part 2)



그래서 나는 광고대행사에 있는 사람들도 꼭 마케팅과 광고,인문학에 대한 책만 읽지 말고 리더쉽에 대한 책도 많이 읽고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고민도 꼭 팀장이나 임원이 되고 나서 할게 아니라, 대리때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책 보고 실제 주변의 상황을 보면서 비교하고 비판하고 고민하고, 나는 이렇게 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몸에 체득되어 실제 팀장이나 임원이 되었을 때 자연스럽게 실천할 것이 아닌가?

사실 내 경험상으로도 대리 정도 되서 자기 밑에 부사수 한 명 받으면 어떻게 같이 일을 해야 하지? 하는 고민이 당장 시작된다.

개인 뿐 아니라 회사 입장에서도 두말할 필요 없이 이런 쪽에 관심을 갖고 외부 교육 같은 것을 직급에 맞게 받아볼 필요가 있다. 사실 마케팅과 광고 관련한 교육이라고 해봤자 어느정도 짬밥 먹고 머리 굳으면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게" 마련이다.
다시 말해 누가 가르쳐서 광고 잘할 수 있다면 다들 대학원 가서 석사 따고 박사 따서 광고 하지, 그런데 사실 그렇지 않으니까 어느정도 짬밥 찬 사람들에게는 시니컬한 반응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대신 같이 일하는 방법, 리더쉽에 대한 전문적인 컨설팅 교육 같은 경우에는 요즘 강사들도 준비 많이 해서 재미있고 끝나고 도움도 많이 되는 경우를 많이 목격하였다.

그럼 이런 부분에 관심이 없으면 어떻게 되냐고?
회사가... 망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웰콤, Lee & DDB, 그레이프, 김앤에이엘 등이다.
얼핏보면 공통점 하나도 없는 회사 같지?

공통점이 바로 한 두명의 스타에 (주로 최고 경영자) 의존하면서 그 역량을 전체 조직의 문화로 만드는데 실패했다는 점이다. 회사의 리더들이 조직에 대한 관심은 없고 광고에 대한 관심만 있다보니, 예전 처음 시작할 때 불과 대여섯명이서 하던 시스템을 그대로 100명이 넘도록 가져가다보니 모든 것이 한 두명에만 집중이 되고 다른 모든 사람들은 액세서리가 되면서 결국은 동기부여가 안되어 이직율이 높아지는... (네 회사 모두 이직률 높고 사장/회장 중심으로만 돌아간다는 데는 부인 못하겠지?)

근데 요즘은... 메이트 보고 있나?

결국 광고대행사도 아무리 잘난체 해봤자 결국 "회사"고 "조직"이다.
하지만 그 잘난 광고인들은 여전히 네컷 만화 칸 채우는 것만 자기 일이라고 생각할 뿐 회사나 조직을 돌리는 데에는 "내가 스타 광고인이고, 내가 선생님인데, 니들은 나 하는대로 따라오고, 내 눈높이만 맞추면 돼" 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원칙 하나 갖고 조직과 후배들에게 강요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내 말은 이 글을 혹시 볼지 모르는 "너"는 그렇게 되지 말란 말이다.

회사에서 교육 안보내주면 니 돈 들여서 책 좀 보라고...

그리고 그 여러 책 중에 요 책 "멀티 플라이어"도 보란 말이다.

19. 멀티플라이어를 읽고 (훌륭한 광고인과 훌륭한 조직원의 차이 Part 1)


광고대행사는 정량적인 Output이 아닌 정성적인 Output인 아이디어와 광고주 서비스를 다루는 산업이라는 특징 때문에 사수-부사수가 같이 일하고 배우는 도제식 시스템이 전세계적으로도 정립된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신문방송학과나 광고학과를 나와야 제대로 된 광고인이 될텐데, 실제로는 아트플래너를 제외하면 다양한 배경과 전공을 한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점을 봐도 알 수 있다.

뭐 그 유명하던 Account Planner인 John Steel은 돌고래 조련사도 뽑았다고 했고, 내가 아는 양반중에서 금속공학과 나와서 AE 하는 분도 봤으니...

문제는 사수-부사수라는 종속적인 관계에서 일을 배우고 Account Service / Planning - Creative - Media 가 각기 Function이 매우 다르다 보니 일을 하는 방법에 있어서 매우 편협한 경험과 사고에 갇힐 위험이 크다는 점이다.

아니라고?
혹시 이런 이야기 업계에서 일하면서 안들어봤냐? 

1. 난 기획팀 (혹은 제작팀) 내 사수로부터 이렇게 일을 배웠어...
2. 내가 지금부터 광고를 가르쳐 줄께... 광고는 말이야... 이런거야...
3. 너 때는 이런 일을 해야 되는 거야....


우리 나라 대기업 광고주의 경우는 순환보직을 시키는 경우가 많아서 그나마 다양한 직능의 사람들 및 상사와 일을 할 경험이 있지만 광고대행사의 경우 팀을 자주 바꾸는 경우도 흔치 않은 경우가 많다.

보통 팀 바꾼다고 하면 눈치보이고, 배신자 소리 듣고, 팀장으로부터 "내가 너한테 섭섭하게 한거 있냐?" 라는 소리도 듣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대로 다른 팀 가라고 하면 "제가 뭐 잘못한게 있나요?" "그래 니가 나를 버린다 이거지?" 라고 생각하게 마련이지.

사족으로 제일기획은 안그렇고 오히려 연말에 한 번씩 원하는 팀장들과 일할 수 있게 해준다고 하고 외국대행사는 원래 팀이라는 개념이 우리하고는 매우 달라서 "소속"이 아니라 같이 일하는 "구분" 정도인 경우가 많아서 (다 그런지는 또 모르지만) 내가 전에 일하던 뉴질랜드 베테랑 아저씨는 보통 2년에 한 번씩은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도록 광고주를 바꿔준다고 하더군.

이렇다보니, 회사를 운영하는 임원들 조차도 당연히 이런 식으로 훈련받은 Mind Set을 갖고 있지 않겠어? 그렇게만 제일 오랫동안 생각하던 사람들끼리 임원 해먹는 건데...

즉 "우리는 프로페셔널하니까!" 라고 자위하면서 회사 직원들을 AE나 제작, 매체를 하는 광고인으로 볼 뿐 조직의 일원이자 자신이 챙기고 고민해야하고 모셔야할 "조직원"으로 보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거지.
그래서 일반적인 우리 나라 광고대행사에서의 교육이라면 "어떻게 하면 훌륭한 광고인이 될 것인가?" "어떻게 하면 피치 승률을 높일 것인가?" "어떻게 하면 참신한 아이디어를 낼 것인가? (개그맨 데려다 특강하면서)"에 주로 촛점을 맞추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뭐 이게 잘못되었다는게 아니라,
문제는 이런 식으로 "각 개인이 훌륭한 광고인이 되면 그 회사가 훌륭한 광고대행사가 된다"는 식의 관점은 결국 전쟁에 나가서도 각 개 병사가 총만 잘 쏘고 각개전투만 잘 하면 이긴다로 자칫 귀결될 수 있는 바,

여기에 추가적으로 강조되어야 할 관점이자 교육은
각 개인이 모여서 하나의 분대 - 소대 - 중대 - 대대를 이루었을 때 어떻게 "조직으로서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인가? 에 대한 부분까지도 포함이 되어야 한다는 거지.

즉 훌륭한 광고인이 되는 교육도 중요하지만, 훌륭한 조직원이 되어 각기 다른 레벨에서 리더쉽을 어떻게 발위하면 동기부여와 원활한 소통을 통해 전체 조직의 생산성 및 애사심과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교육과 관점을 부여하는 것이 특히 팀장 및 임원 레벨에서는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는 거다.

내가 10년도 전에 본 외국계 대행사 네트워크의 경우 우리로 치면 국장 정도 되서 임원을 준비할 레벨이 되면 KPMG 같은 컨설팅 회사에 의뢰한 리더쉽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교육을 시키더라구.

여기선 어떻게 하면 브리프를 잘 쓰고 아이디어 잘 낼까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조직의 리더로서 너 혼자 잘나서 일을 다 하려고 하지 말고 구성원들에게 업무 위임 Delegation을 통해서 조직 전체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점을 재미있는 게임 같은 걸로 정말 느낄 수 있게 가르쳤었다.

근데 우리는 이런 교육 과정 없이 연차 차고 기획팀 국장으로서 일 잘했다고 어느날 제작팀까지 통솔해야 하는 임원을 맡기니, 보고 배운 가락이 기획팀 국장 역량 밖에 없어 종종 이사나 상무 타이틀 달고도 엄청 힘쎈 기획팀 국장처럼 행세하는 초보 임원들을 종종 보게 된다.

이 경우 흔하게 보는 광경은 
"기획 출신 주제에 제작 CD질을 하려고 드네?" 라고 하는 제작팀의 반발과
"같이 들어가봤자 지가 다시 기획팀 국장처럼 행세하는 바람에 줄줄이 하나씩 강등되네" 라고 하는 기획팀의 좌절 그리고 그 사이에서 자존심에 상처받고 분노하는 초보 임원의 모습이다.
내 이야기는 이런 부분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거다.

뭐 제일기획을 비롯한 대그룹 인하우스들의 경우에는 임원 달기 전에 그룹 교육 같은거 가니까 배우는 건 있을 텐데 과연 리더쉽과 조직에 대한 새로운 관점 같은 부분이 단 며칠 동안의 합숙 훈련으로 습득이 될까?

궁금하면 그런 큰 인하우스 대행사에 다니는 직원들이 자기 회사 임원들을 얼마나 존경하고 리더로서 배울만 하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어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겠지...



18. 오랜만이다


오랜만이다.

역시 네이버가 아닌 구글에 올리니까 우리 나라 업계에서는 아무도 아직까지 본 사람이 없더군.
지금까지 쓴 글이 아깝기도 하고,
다시 마음이 싱숭생숭하기도 해서,
최근에 내가 읽은 광고 관련한 혹은 마케팅과 리더쉽 관련한 책들에 대한 독후감을 써보려고 한다.
누군가 책을 읽고 이렇게 생각을 한 번 가다듬어야 내용이 완전히 내 것이 된다고 해서...